1일 오후 4시쯤 대구 달서구 월성동 월성래미안 아파트. 관리사무소 벽면에는 16인치 모니터 8대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놀이터, 엘리베이터 내부, 복도 등 구석구석을 생생히 비추고 있었다. 700여 가구가 사는 이 아파트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00대.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최근 아동 납치·살해 사건 등으로 불안해진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놀이터 주변, 엘리베이터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었다. 아파트관리사무소장은 "이 정도면 적은 숫자가 아닌데도 최근 들어 CCTV를 더 늘려달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CCTV가 일산 어린이 납치 미수 사건 용의자를 검거하는데 일등공신으로 꼽히면서 주택가에 CCTV 설치를 더욱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과 지자체가 지난해 집중적으로 주택가 CCTV를 확대 설치했지만, 특히 어린이 범죄 위험이 높은 놀이터, 공원 등에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초교 3년생 딸을 둔 김현숙(39·여) 씨는 "잇따라 터지고 있는 유아 대상 범죄 때문에 학부모들이 모두 마음을 졸이고 있는 형편"이라며 "아파트 등에는 CCTV가 많이 설치돼 있지만 아이들이 많이 뛰노는 놀이터, 골목길 등은 사각지대로 방치돼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08년 2월 중순 기준으로 대구 8개 구군의 주택가(아파트 제외)에 설치된 방범용 CCTV는 모두 631개(표 참조). 경찰 관계자는 "CCTV의 방범효과 때문에 지난해 전국적으로 주택가 골목에 CCTV가 많이 설치됐다"고 말했다.
2006년 대구시 전역을 돌며 100여곳의 사무실을 턴 전문털이범도 CCTV에 덜미를 잡혔고,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4인 모녀 살인사건의 범인인 전 프로야그 선수 이호성씨도 범행 당일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모습이 CCTV 화면에 찍혀 용의자로 지목됐다. 6개월 전 퇴근길 골목길에서 괴한에게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는 김모(27·여)씨는 "예전에는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공공장소 CCTV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큰일을 겪은 후로 CCTV 설치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아동 범죄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한 아동성폭력상담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린이 성범죄 경우 놀이터, 공원, 집 근처 순으로 많았다. 상담기관 관계자는 "이들 장소에 CCTV를 설치하면 범죄예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데도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로 설치에 미온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시민단체 등은 사생활 침해 등의 이유로 공공장소 CCTV를 설치를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범죄예방, 범인 검거 이전에 사생활이 노출되는 시간이 더 많다는 논리다.
이에 대해 대구아동보호전문기관 최윤옥 팀장은 "아동 성범죄의 경우 증거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범죄자들이 경미한 처벌을 받는다"며 "범죄에 놀란 아이들이 당시 정황을 조리있게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최소한 공용 놀이터나 공원 등에 CCTV를 대거 확충해야 한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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