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풍을 자극하지 마라.'
한나라당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이 박근혜 바람의 기세에 눌려 벙어리 냉가슴 앓고 있다.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후보들이 연일 한나라당의 공천을 비판하는 등 당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지만 반박 성명서 하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의 당원들 사이에서는 "시·도당이 주어진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친박연대 또는 친박 무소속 후보가 5~7 지역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자칫하면 한나라당의 대구경북 불패신화가 깨질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접전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들은 시·도당이 친박 후보들의 기세를 꺾는 데 앞장서 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도당은 당 조직을 동원하는 등 몸(?)으로는 도와주고 있지만 성명전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자칫 친박 후보들을 공격하다가 오히려 이들을 홍보해 주는 꼴이 되고 잘못하면 역풍까지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구시당의 경우 최근 박근혜 전 대표의 대형사진이 부착된 정체불명의 차량이 달서구에 갑자기 나타났지만 못본 체하기로 했다. 비판 성명서를 냈다가는 오히려 친박 후보들을 도와주는 결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또 일부 친박 후보들이 한나라당의 공천을 거칠게 비판해도 정면 대응을 피하고 있다. 당의 공천 전까지 같은 당에서 윗사람으로 모셨던 인연이 비판을 주저케하는 요인이다. 시당 관계자는 "우리도 미칠 지경"이라며 "운동원이나 연설원들은 친박 후보들을 비판할 수 있어도 시당 차원에서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당 측도 친박연대 홍사덕(서구) 후보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홍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을 하고 나선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경북도당도 일부 친박연대 후보들의 경우 갑작스레 친박이라고 자칭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 역시 역풍을 우려한 때문이다. 그나마 친박연대 김일윤(경주) 후보 측의 '돈 살포' 문제가 터지면서 비판 성명서를 낼 명분을 잡았다는 분위기다. 도당 관계자는 "시·도당이 나서면 오히려 친박 후보들의 실체를 인정해 주는 꼴"이라며 "역풍이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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