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호흡 등 감정 조절 연습 효과 높아
"달려라, 달려~. 좌회전 차로라고? 뭐 잘 모르시네. 좌회전 차로로 직진하면 얼마나 빠른데…앞에 차가 서 있어도 문제 없어. '쏴악~' 차로 급변경하면 되거든…."
'젠틀맨'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돌변하듯 느긋하고 얌전한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사나워진다. 급하고 난폭해진다. 있던 여유도 갑자기 사라지고, 얌체 운전자가 되기도 한다. 왜 운전대만 잡으면 영 '딴 사람'이 돼 버리는 것일까.
◆운전대만 잡으면…
차를 몰다 횡단보도, 교차로가 나타나면 더 속도를 낸다. 신호가 바뀔까봐서다. 다른 차가 방향지시등을 넣고 차로를 변경해도 절대 끼워주지 않는다. 오히려 속도를 높여 앞차에 바짝 붙인다. 혹시라도 끼어들면 경적을 올리고 상향등을 켜댄다. 다른 차가 끼어들거나 앞질러가기라도 하면 마치 경쟁에서 뒤진 듯, 인생에서 뒤처진 것처럼 스트레스를 받고 못 견뎌 한다. 급제동하게 만드는 차량이 있으면 '레이스'를 벌여서라도 쫓아가서 기어이 삿대질과 욕을 해대고 만다. 좌회전 차로로 달리다 직진 차로로 끼어드는 얌체 운전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고는 오히려 뿌듯해 한다. 스스로 '베스트 드라이버'라 흐뭇해하면서. 시간 여유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그러는 사이 점점 습관이 돼 버린다. 거북이 운전을 하는 여성 운전자에게 '설교 한마디'도 잊지 않는다. "집에서 밥이나 하라"고.
◆왜 그럴까
먼저 탈인격화를 들 수 있다. 차에 타는 순간, 누구든 일률적인 기계조작자가 돼 버리는 것이다. 이럴 경우 분노 표출 등 이성·인격적 제어가 잘 되지 않는다. 인터넷의 댓글처럼 익명성도 주요 이유다. 멋대로 달리고, 욕을 하고는 차를 몰고 가면 그만이다. 상대방이 보이지도 않고, '내가 누군지도 모를 것'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평소의 경쟁심이나 열등감, 패배감 등이 다른 차량과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하거나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적대감이 생기는 것. 이에 누군가 끼어들거나 얌체 운전으로 앞서 가기라도 하면 '뒤졌다'는 경쟁심과 패배감이 들어 용납되지 않는 것이다. 운전 자체의 위험성도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사고 등 안전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 긴장이 나도 모르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돌발적인 위험 상황에 이성적일 겨를이 없다. 감정이 불쑥 솟구치게 되고 '너 때문에'라는 책임 전가가 순간 일어난다. 차량 정체 탓에 생긴 조급증과 불안심리도 사나운 운전을 하는 데 한몫 거든다.
◆사람마다 다를까
운전자의 성격이나 기질에 따라 급함, 화냄 등의 정도에 차이가 나기도 한다. 불안 수준이 높은 위험 회피적인 기질을 가진 사람의 경우 특히 운전할 때 다른 사람들보다 더 긴장하게 되는데,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 생기면 굉장히 공격적일 수 있다. 또 평소 남에게 싫은 소리나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일수록 운전하면서 분통을 터뜨리는 경우가 적잖다. 참았던 화나 불만이 제3자에게 폭발되는 셈이다. 의심이 많고 피해의식이 강한 사람의 경우도 끼워들기 등의 행위가 자기를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 과민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좋나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을 수 있을까. '공자왈 맹자왈' 같은 얘기지만 무엇보다 '감정 조절' 연습이 중요하다. '욕'을 하기 전에 의도적으로라도 감정을 제어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감정 폭발 상황에서 심호흡을 10번 정도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복식호흡을 하는 동안 흥분된 교감신경이 가라앉고 안정감을 주는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면서 화가 조금씩 가라앉는다. 그렇다고 화를 꾹꾹 눌러 스트레스를 쌓아두란 얘기는 아니다.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아예 '좋다, 들어가라'며 기꺼이 양보하는 마음을 가지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다 끼워준다 해도 5분 차이다. 출발 시간을 5~10분 정도 당겨 여유있게 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자'며 자기주문을 외면 한결 편해지고 운전이 안정된다. 마지막으로 화가 났을 때는 운전을 하지 않는 게 좋다. 화가 나면 용기가 생기고, 홧김에 평소 안 하던 행동도 하게 돼 운전이 화풀이용으로 사용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성미 마음과마음 원장
※운전대만 잡으면 왜 사나워질까
▷탈인격화
▷익명성
▷경쟁·열등·패배감
▷운전의 위험성
▷책임전가
▷조급·불안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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