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국가도 하나의 두뇌와 같은데…

사람이 사물을 보는 것은 사물의 형체가 시신경을 따라 대뇌의 뒤쪽에 위치한 시각(視覺) 중추에 가고, 듣는 것은 소리가 청신경(聽神經)을 따라 대뇌의 측방에 위치한 청각(聽覺) 중추에 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과 청각의 정보는 대뇌의 후·상방에 위치한 각회(角回)와 상연회(上緣回)라는 곳으로 보내졌다가 다시 청각 중추 근처에 위치한 감각언어중추(Wernicke 영역)로 전달되고 그때서야 비로소 보거나 들은 것을 인식하고 알게 된다. 이러한 정보는 다시 대뇌 앞쪽에 위치한 운동언어중추(Broca's 영역)에 전달되고 이들은 다시 운동중추 하방에 있는 소리를 내는 영역으로 가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만약 왼쪽의 각회가 손상되면 손가락을 인식하지 못하고, 좌·우를 구별하지 못하며, 계산을 못하고, 필기를 하지 못한다. 바른쪽의 각회가 손상되면 왼쪽의 신체가 마비돼 있어도 마비된 것을 모르고, 장난감 나무토막으로 집을 지으라고 해도 집을 짓지 못한다.

감각언어 중추에 이상이 생기면 언어는 유창한데 상대방이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어떤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하고, 운동언어중추에 장애가 생기면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고 정확하게 이해는 하나 자신은 말을 하지 못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도 한달이 넘는다. 보는 것, 듣는 것을 정확히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느 한쪽만 본다든지, 한쪽의 이야기만 들으면 올바른 정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각회에 해당하는 언론도 보고 들은 것을 정확하게 제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언론이 잘못하면 사람한테 각회가 손상되었을 때 발생하는 것과 같은, 좌·우가 구별되지 않고, 한편이 잘못되는 것도 알지 못하는 정부를 만들 수도 있다. 감각언어중추에 해당하는 국가기관들도 보고, 듣고, 언론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을 정확하게 종합하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들이 잘못하면 사람한테 감각언어중추가 망가졌을 때 발생하는 것과 같은, 국민이 말하고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이해하지 못해 제 마음대로의 엉뚱한 정치를 하는 정부를 만들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국민이나 언론이 하고 싶은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하고 있지 않으면 사람한테 운동언어중추 영역이 파괴된 것과 같이, 정부가 잘못하는 것을 국민이 알면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과거의 독재정권과 유사한 그런 시대가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라도 하나의 두뇌와 같지 않은가? 많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두뇌를 가지고 살아가는데 나라는 왜 그리 정상적으로 굴러가기가 힘든가. 새로 탄생한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정확히 보고 들어서 진정한 국민을 위한 정부로 발전했으면 한다.

임만빈(계명대 동산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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