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동性범죄 '솜방망이' 처벌…인권 침해도 잦아

2006년부터 대구에서 길가던 6, 7세 아동 3명을 건물 옥상으로 유인해 성추행한 20대 S씨. "길을 가르쳐줄래?" "500원 줄게"라는 말로 순진한 아이들을 속여 파렴치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두번의 재판 끝에 결국 풀려났다. 1심에서는 2년 6월의 징역형을 받았지만 항소심에서 '죄를 뉘우치고 있는데다 소아성애자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법원은 집행유예형을 내렸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추행·성폭력 등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지만 범죄자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친 경우가 많다.

◆관대한 처벌?=지난해 12월 한낮에 여덟살짜리 아동에게 "10원짜리 동전을 주겠다"며 접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성추행한 L(48)씨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초범인데다 잘못을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의 부모와 합의를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9월 학원에서 게임을 하던 8세 K양을 화장실로 유인해 성추행한 H(25)씨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역시 피해자 부모와 합의했다는 점 등이 참작됐다.

이현정 해바라기 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일부 판결의 경우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경미하다"며 "아동은 성폭행이나 추행을 당해도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13세 미만 성폭력 피해아동 전담센터 '해바라기 아동센터(영남권역)'에 따르면 성인에게 성범죄 피해를 입은 아동은 2005년 6월 문을 연 이후 대구에만 500여건이 접수됐다. 2005년 94건이던 피해사례는 2005년 228건으로 크게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254건이나 접수됐다.

◆두번 상처받다?=피해 아동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피해 아동의 부모와 합의하면 재판에서 처벌이 크게 경감되기 때문에 변호인 등이 피해자의 주소나 전화번호를 피의자에게 건네주고 찾아가라고 종용하는 게 보통이다. 이현정 복지사는 "피해 부모들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불쑥 나타나는 범인을 보면 용서는 둘째치고 신변에 대한 심각한 위협과 불안감을 느끼기 일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성폭력 범죄자 경우 또다시 범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증거 불충분 등으로 처벌이 쉽지 않은 예가 많기 때문에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법의학과 채종민 교수는 "목격자가 없거나 진술능력이 부족한 아동대상 범죄의 경우에는 증거 및 진술의 신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정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전문가를 양성하고 전문기관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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