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니아와 함께 떠나는 세계여행]바라나시 가트 그리고 강가강

강가강(Gangga River) 연안에 위치한 바라나시. 강가강은 갠지스강의 인도식 발음이다.

바라나시는 기원전 부터 알려진 오래된 도시로 힌두교의 성지 중 으뜸으로 꼽히는 곳이다. 비단 힌두교도 뿐만 아니라 불교·시크교·자이나교 등에서도 성지로 꼽는 곳이어서 연중 순례객들로 붐비는 도시.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느낌들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잔잔하게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이른 아침 깨끗한 새 옷을 입고 무리지어 강가강으로 향하고 있는 사람들로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힌두교신자들은 강가강에서 목욕을 하고 성수를 마시는 일이 그들에게 있어 가장 축복 받은 일이며, 죄를 씻고 극락왕생할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고 한다.

평생 단 한번 만이라도 그곳에 가보길 소망하며, 살아서 안된다면 죽어서라도 그곳에 뿌려지길 바란다고 하니 이방인인 내게는 잘 이해가 가질 않는 부분이다.

도로는 좁고 사람은 넘치기에 강변까지 차로는 갈 수 없고 2km정도 떨어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걷거나 릭샤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나는 자전거 릭샤를 타고 강가강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릭샤는 이곳 사람들에겐 상당히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개조한 삼륜차라고 보면 된다.

자전거 릭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본 거리의 모습은 혼란과 시끄러움 그 자체였다.

성지로 향하는 사람들을 위한 꽃다발을 파는 노인들과 연신 손을 들어 루피(인도 화폐단위)를 외치며 구걸 하는 아이들, 길 한복판을 마치 자신의 영역인냥 당당히 자리잡고 있는 소떼들과 무리지어 움직이는 개들. 그 혼란 속을 아무렇지 않게 요리조리 피하면서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에게서 존경스러움 마저 들정도였다. 릭샤를 타고 강가강으로 이동할 때 였다. 내가 탄 릭샤를 끄는 릭샤왈라는 스무살 정도 돼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사거리에서 신호위반을 했다. 이를 본 교통경찰이 다가와서는 다짜고짜 내가 탄 릭샤왈라의 뺨을 때리는 것이 아닌가. 단 한마디 설명도 없었다. 이러다가 싸움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하며, 가슴 졸였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뺨을 맞은 릭샤왈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화를 내는 것도 잠시, 길옆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던 불상으로 다가가 두어 번 고개를 숙이는 의식을 마친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신이 그의 죄를 용서해주었고, 오늘 하루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선 오히려 미소가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고대신분제인 카스트가 잔존하는 이곳에선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고 하니, 다시 한번 이곳이 인도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그렇게 이십여분쯤 달려 도착한 강가강. 강 연안을 따라 가트라고 불리는 그들의 목욕터가 길게 펼쳐져있고 그 옆으로는 화장터가 자리잡고 있다.

강가강변엔 4군데의 화장터가 있는데, 시체타는 냄새가 가득할 거란 우려와는 달리 단순히 그냥 나무를 태우는 냄새 외에는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시체를 태운 시신을 강물에 뿌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또 마시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곳, 강가강. 그들에게 강가강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복잡한 머리를 뒤로 하고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조심스레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인도인들은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으면 그의 영혼이 하늘로 가지 못하고 사진 속에 갇힌다고 생각한단다.

이방인인 내 눈에 펼쳐진 인도는 지저분하고 혼잡스러웠지만 이 곳 사람들에겐 평범한 일상이리라. 그런 생각이 들자 이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들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셔터를 누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어머니 품에 안겨 잠이든 꼬마 아이와 그들의 성지를 찾은 마음에 들떠있던 사람들 그리고 삶을 끝내고 다시 한줌 재로 돌아가는 사람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그들의 성지에서 축복을 받으며 행복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김재송(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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