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도서관이 변신하고 있다. 낡고 오래된 책들이 쌓인 어두컴컴한 창고 이미지가 강했으나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와 초현대식 시설로 학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 교육과학기술부와 대구·경북교육청이 2002년부터(경북 2003년) 추진하고 있는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학교당 5천만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지금까지 대구 312개교, 경북은 927개교가 혜택을 받았다. 올해도 대구 45개교, 경북 18개교를 지원할 계획으로 학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우리 도서관이 최고
대구 신명고의 '휘경도서관'은 전면이 통유리로 설계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4월 대구시교육청과 학교 자체 예산 등 2억5천만원을 들여 만든 이곳은 교실 5칸 규모의 넓은 실내에 원색의 소파와 현대식 인테리어를 뽐낸다. 서가뿐 아니라 미디어영상실, 교수학습실, 논술자료실, 정보검색실 등이 깔끔하게 구분돼 있다. 사서 김언지(30·여)씨는 "책이 2만5천권 정도 비치돼 있어 규모나 시설면에서 대구 최고 수준"이라며 "다른 학교에서 견학도 자주 온다"고 자랑했다.
시설이 바뀌면서 찾는 학생이 부쩍 늘었다. 특히 중·고교 통합도서관으로 탈바꿈하면서 중학생 이용자가 예전보다 10배는 늘었다는 것. 김씨는 "점심시간에는 도서관이 꽉 찰 정도로 학생들이 몰린다"고 말했다. 고2 전수명(17)양은 "예전 다니던 중학교에선 도서관 찾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일주일에 2권 정도씩 책을 빌려간다"고 했다.
지난해 4월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죽곡초교 '꿈꾸는 도서관'도 반응이 좋다. 친환경 이미지를 심기 위해 벽을 초록 계통의 원목으로 꾸미고 곳곳에 조화(造花)를 배치했다. 입구에는 미니 화분과 벤치도 놓았다. 도서관 가운데에는 방 형태의 공간을 만들어 학생들이 방석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 강주희 행정실장은 "기존 도서관은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 도서관은 따뜻하고 화사해 찾는 학생들도 2배가량 늘었다"고 했다.
포항중앙초교의 도서관은 인근에서 예쁘기로 소문나 있다. '초롱도서관'이라 불리는 이곳은 2년 전 리모델링을 통해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도서관 가운데에 원목으로 만든 배 형태의 마루와 소파를 배치해 항구도시 이미지를 살렸다.
◆이벤트로 학생들 '유혹'
도서관 리모델링은 단순한 시설 교체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를 계기로 학교들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도서관 활용도를 높이고 있는 것.
2006년 10월 도서관을 리모델링한 대구일중은 도서관을 통해 모든 교과를 수업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독서자료를 활용한 수업. 김득순 교장은 "학기 초 모든 교과 선생님들이 단원을 분석하고 필요한 도서를 도서관에 배치하는 한편 사서에게 필요한 책을 요구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또 체험학습을 가기 전 전교생에게 도서관에서 여행지에 대한 책을 읽도록 하고 보고서를 쓰게 하는 독서여행과 모둠별 토론 등을 통해 학생들이나 교사들이 도서관을 찾도록 하고 있다.
신명고도 책 대여 때마다 행운권을 줘 추첨을 통해 도서상품권 등 혜택을 주고 책 구절 엽서쓰기나 저자 초청 강연회, 책 찾기 대회, 다독상 등 다양한 행사를 하고 있다. 이 같은 유인책으로 지난해 대출 권수만 5만3천600권에 이른다.
포항중앙초교도 독서과거제를 매년 두차례 열고 있다. 학년별 필독·권장도서를 안내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도록 한 뒤 문제를 출제, 조선시대 과거시험처럼 정4품~정1품의 시상을 하는 것.
대구시 교육청 한원경 장학관은 "학생들이 자기주도적 학습능력을 기르고 교과서 밖 지식을 쌓기 위해선 도서관이 학교의 심장 역할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학교 도서관이 바뀔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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