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t 트럭을 운전하는 정원택(37·경산시 진량읍)씨는 요즘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 4개월 전 큰 맘 먹고 1억원이 넘는 화물차를 5년 할부로 구입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경유값 때문에 지금은 운행할수록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정씨는 "포항과 수도권을 오가는데 벌써 이달 들어서만 40만원 정도 기름값이 더 든다"며 "이제는 밤새 일을 해도 한 달에 200만원을 집에 가져가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경유값이 휘발유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으면서 경유를 넣는 화물차나 승합차로 생계를 꾸려가는 서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2월 1일 ℓ당 휘발유 가격의 87.9%(1천456원)였던 경유가격은 지난달 29일 91.9%(1천543원)까지 치솟았다(표 참조). 두 달 사이 경유값이 100원 뛰어오르면서 휘발유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어지게 됐다.
더욱이 화물운송업자들은 유가보조금 삭감으로 경유값 부담이 더 늘어나는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0일 '유류세 10%'를 인하 조치를 단행한지 이틀만에 유가보조금을 인하분(58원)만큼 삭감해버린 때문이다.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장모(42)씨는 "정부의 눈속임 정책에 놀아나 생계형 운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보조금 제도는 화물차 운전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1년 6월부터 시행됐는데 경유 차량의 경우 ℓ당 270원가량(인하 전 330원)을 보조받고 있다. 국제적으로 경유가 강세 흐름을 보이는 추세여서 이대로라면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때문에 경유값의 고공행진으로 생계를 위협받는 시민들은 정부가 유가 안정에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화물연대 대구경북지부 이오식 지부장은 "아무리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경유값 인상이 불가피하다고는 하지만 서민생계를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경유값을 휘발유 값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올린 세금만큼이라도 다시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내 기름 사용량 실태를 보면 휘발유보다 경유 사용량이 압도적이다. 2006년 국내 경유 소비량은 1억4천243만 배럴로 휘발유(5천987만 배럴)의 2.4배를 차지하고 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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