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도시락 나눠 먹던 친구야 고맙다

1960년대 후반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그래도 교육열 높은 부모 밑에 태어난 나는 딸이었지만 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어려운 형편에 학교를 다니다보니 도시락을 싸다니기는 어려워 점심시간만 되면 혼자 시간을 보내며 친구들을 피해 다녔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 시절 나는 혼자인 시간이 더 많았다. 1학년이 끝날 무렵 한 친구가 내가 다가왔고 나의 묵묵함이 도시락을 싸오지 않아서 임을 깨달았단다. 그리고 자기 도시락을 내 앞에 꺼내 놓으며 젓가락을 두벌 가져왔으니 함께 먹자고 말했다. 사양하던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젓가락을 두벌 챙겨오는 친구 덕분에 점심을 먹을 수가 있었다. 학창시절 3년을 같은 반으로 내 점심까지 책임져 준 친구가 있었기에 나의 학창시절은 행복했다. 졸업하는 그 날까지 친구와 나는 단짝이 되었고 4남 5녀의 친구 집에서는 딸이 하나 더 생겨 열이 되었다고 하시며 나까지 챙기셨다.

친구가 친정에 들르는 날이면 채소며 여러 가지 농산물을 잔뜩 가져와 나에게까지 나눠줬다. 이젠 우리가 친정 부모 역할을 할 나이가 되었고 세월은 변해 도시락 살 일도 없어졌다. 내 생애 유일한 베스트 친구야! 사랑한다.

정현조(대구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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