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감 후] 낙타의 눈물

몽골 유목민에게 낙타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낙타도 초산인 경우 큰 산고를 겪습니다. 사람들이 돕기도 하는데 어미낙타는 산고가 너무 크거나 새끼에게서 사람의 냄새가 나면 젖을 물리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새끼는 죽고 맙니다. 이때 주인은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馬頭琴) 연주자를 초대합니다. 마두금을 갖고 온 노인은 낙타 앞에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애절한 마두금의 소리가 모래 바람 사이로 울려퍼집니다. 이윽고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음악을 듣는 낙타의 큰눈에 이슬이 맺히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낙타는 그제야 새끼에게 젖을 허락합니다.

충북의 우(牛)시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미소와 새끼소가 팔려나왔습니다. 새끼소 모습이 철부지 아이 같습니다. 그러나 어미소는 새끼와의 생이별을 눈치챕니다. 새끼를 바라보는 어미소가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립니다. 이날 주인은 마음이 아파서 소를 팔지 못합니다. 새끼가 좀 더 크면 다시 와야겠다며 되돌아섭니다. '소의 눈물'이라는 이 UCC는 인터넷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어미낙타와 어미소의 눈물. 동물이라고 감정이 없다 할 수 있을까요. 문득 밤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별빛의 향연, 찬란한 우주 교향시에 눈이 호강합니다. 우주의 사이즈는 하도 커 정신마저 아득해집니다. 우주에는 은하계 같은 성운이 최소 1천억개 존재합니다. 각 성운들은 태양과 같은 항성 2천억~4천억개를 거느리지요. 그나마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우주는 4%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6%는 암흑물질·에너지라는 미지의 영역이지요. 이 모든 우주는 50억분의 1 확률로 살아남은 시공간입니다. 빅뱅 직후 지금 우주를 구성한 물질의 50억배나 되는 수의 입자가 같은 수의 반입자와 결합해 소멸돼 버렸다고 합니다.

며칠 후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태어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는 숨 막히게 아름답다고 합니다. 우주와 비한다면 백사장의 모래알 하나만도 못한 크기의 지구이지만 인류로서는 숙명적으로 사랑해야 할 별이 아닐 수 없지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대기는 얇은 막처럼 가냘퍼 보입니다. 그 보호막에 인류는 오염물질을 마구 쏟아붓고 있습니다. 많이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젖어 지구 속살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번 주 주말판에는 2012년 지구 대재앙설을 다뤄봤습니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기에 예언은 술자리 우스개일 수 있겠지요. 많은 예언·신탁이 명멸했지만 2012년 대재앙설은 지구 온난화, 지구 자기장 변화, 자본주의 시스템 붕괴, 바이러스 창궐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를 타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일부이지만 과학자들도 가세하고 있다는 점도 예전에 없던 양상이지요. 살펴보니 대재앙의 원인 중 대부분은 인류 스스로 막을 수 있는 것들이더군요. 미래는 선택이지만, 후손에게 제대로 물려주는 것은 소명일 것입니다. 밤하늘 별 헤는 주말 되십시오.

김해용 기획취재부장 kimh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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