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는 성경 이야기가 드물다.
오페라는 원래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려 한 것이라고 이미 얘기한 바 있다. 그리고 그 내용은 기존의 잘 알려진 신화, 전설, 역사, 문학 등을 소재로 삼는다는 것도 말하였다. 유럽 문화의 기저에 깔려 있는 사상에는 그리스, 로마의 인본 정신과 더불어 기독교 사상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만큼 오페라에도 당연히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페라에는 의외로 성서를 소재로 한 작품이 적다. 특히 오페라가 발달하던 시절에 함께 발전한 것이 오라토리오나 칸타타와 같은 합창 장르들이다. 오라토리오나 칸타타 등의 타 장르와 비교한다면, 성서를 소재로 한 오페라의 수가 현저히 적다는 것은 더욱 뚜렷해진다. 즉 오라토리오나 칸타타에서는 성서가 소재로는 물론이고 바로 텍스트로 사용된 예도 아주 많지만, 오페라 중에서 성서를 내용으로 삼은 것은 몇몇 작품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는 사실 이유가 있다. 오페라는 처음부터 그리스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는데, 그리스는 우리가 알듯이 다신교 사회였다. 그러므로 그리스 비극에는 여러 신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마치 우리 인간들처럼 인간성을 지니고 있다. 당연히 그들이 사랑을 하고 질투하고 싸움도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신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사람들의 이야기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독교는 유일신의 종교로서, 다신교적인 그리스 신화의 신들은 모두 부정하는 종교다. 첫째 그런 이유로 교황청에서는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자주 나오는 오페라를 멀리했다. 둘째로는 오페라의 세속적이 내용이 교황청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로마 교황청은 지난 4백년 동안 오페라가 세속적이라는 이유로 오페라의 융성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보였고, 의식적으로 오페라에 등을 돌려왔다. 대신 교황청은 오라토리오나 칸타타 같은 기독교 사상이 많이 담겨 있는 장르를 좋아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교황님은 오페라를 싫어하셨다. 그런 만큼 오페라하우스들도 교황청을 멀리하였고, 오페라의 성격은 더욱더 비종교적으로 흘렀던 것이다. 그리하여 교황이 있는 로마는 주요 음악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에 있어서만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는 위상을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오페라의 나라 이탈리아에 오페라를 대표하는 도시들은 로마가 아니라 밀라노나 나폴리, 베네치아, 볼로냐, 피렌체 등인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수이기는 하지만 성서를 소재로 한 오페라들이 있다.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것으로는 생상의 오페라 를 들 수 있다. 히브리의 젊은 지도자와 그가 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는 생상 외에도 라모의 오페라로 남아 있다. 더욱 유명한 소재는 '출애굽기'인데, 그것은 로시니의 대작 로 남겨져 있다. 또한 근대작곡가 쇤베르크도 같은 소재를 이라는 오페라로 남겼다. 그 외에도 바빌론의 왕 나부코도노조로의 일화를 다룬 것이 베르디의 이며, 이스라엘 왕 솔로몬의 이야기는 구노에 의해 이라는 오페라로 탄생했다. 그 외에도 헤롯왕과 왕비의 이야기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와 마스네의 로 남아있다.
박종호(오페라 평론가·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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