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4일 후면 열리는 총선 뚜껑…누가 웃을까?

성적표 따른 한나라당 파워게임

이번 총선은 5년 후 대선을 겨냥한 잠재주자들의 각축장이다. 총선성적에 따라 그들 중 누구는 살고 누구는 반드시 죽어져야한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으로 빠져들 야권보다는 한나라당내 차기주자들의 총선 후 운명을 미리 점쳐보는 것이 더 흥미진진할 것 같다. 4·9 총선 결과에 따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강재섭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정몽준 최고위원들의 앞날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번 총선을 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우선 대구경북지역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박풍(朴風)의 '진앙'인 박 전 대표의 주가는 어떻게 될까.

후보 등록직전인 지난달 24일 지역구인 달성에 내려온 박 전 대표는 과거와 같이 전국을 누비는 '잔다르크' 노릇을 거부했다. 대선 후보 경선때 자신을 도운 일부 수도권 한나라당 후보들에게 도와달라는 영상메시지를 보내주기는 했지만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유세보다는 '친박'후보에 대한 지원성격이 강하다. 한나라당의 공천잘못을 지적한 당초 원칙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자신을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마케팅'에 올인하면서 한나라당 후보와 싸우고 있는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 후보들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무언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해당행위와 다를 바 없다. 박 전 대표는 당밖의 친박후보를 왜 지원하는가.

그들은 총선 후 그녀의 정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총선후 곧바로 그녀는 '한나라당을 바로잡는'일에 나서겠다고 했다. 오는 7월로 예정돼 있는 전당대회는 5, 6월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든, 실패하든간에 총선인책론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강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있다. 강 대표는 스스로도 총선후 대표직을 던지겠다고 하지않았던가. 정형근·한영 최고위원이 공천을 받지못했고 김무성 최고위원은 탈당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와해된 상태다.

박 전 대표의 총선후 행보는 당권도전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168석 이상의 절대안정 과반의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면 그녀의 선택은 바뀔 수밖에 없다. 당내외의 친박세력 30~50석을 규합하는 일에 먼저 나설 것이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당내에서 할 지, 당 밖에서 할 지 새로운 수순을 모색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복당논란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총선후의 일에 대해 지금 전망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권도전에 나서든, 다른 정치적 선택을 모색하든 간에 박 전 대표의 '일거수 일투족'은 5년후 대선구도에 맞춰져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정몽준의 관계

총선 불출마선언 이후 전국 유세에 나서고 있는 강재섭 대표는 홀가분하다. 국회의원이나 대표직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살신성인'의 뜻으로 비치면서 결단력 있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쌓았다. 향후 정국에서의 새로운 가능성도 스스로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장은 정치현장에서 한발 비켜나면서도 여권의 위기국면에서 소방수 역할을 하거나 총리후보로도 거론되면서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다. 그는 "선수(選數) 한번 더 쌓는 국회의원에는 관심이 없다"며 경선과 대선에 이어 총선까지 성공적으로 관리한 2인자라는 점을 은연중 내세웠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배영식, 유재한, 석호익 후보 등 대구경북에 자신이 직접 영입한 정치신인들을 대거 당선시킬 경우, 박 전 대표와 정치적 지분을 분점하는 실리도 얻게 된다.

그렇다고 강 대표가 앞으로도 박 전 대표와의 협력과 경쟁관계를 완전청산하지는 않을 것 같다. 박 전 대표의 반대편에서 차기주자로 홀로서는 것은 불가능하다.

차기당권과 대권을 겨냥, 공천파동을 일으킨 이재오 전 최고위원은 기나긴 겨울잠을 자야될 것 같다.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 대통령의 손을 기대하며 '컴백'을 도모하겠지만 야인의 자리를 벗어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그는 여권의 차기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오히려 이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는 정치적 행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마지막으로 정몽준 최고위원은 가장 짭짤한 수익을 챙길 것 같다. 지난 대선후보이기도 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을 격침시킬 경우 그 공로로 그는 차기 당권도전에 나설 채비를 서두를 것이다.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청산하고 있다면 그는 그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 16대 대선에서 보여준 '유약한'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들 차기주자들간의 합종연횡 여부도 주목된다. 당내기반이 취약한 정 최고위원이나 강 대표, 야인으로 돌아간 이 전 최고위원은 독자적인 홀로서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연대론이 나온다. 2선 후퇴 외에는 선택의 길이 없는 이 전 최고위원의 대리인으로 정 최고위원이 꼽히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의 야심과 이 전 최고위원의 현실이 맞아떨어질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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