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국 소설 왜 뜨나?

흥미진진 실생활 얘기, 아시아인으로 공감

중국 소설이 한국에서 뜨고 있다. 해방 이후 서구문학에 밀려 한국에서 이렇다할 존재를 드러내지 못했던 중국 현대 소설이 1990년대 후반부터 빛을 내더니 2000년을 지나면서 무서운 속도로 한국시장을 점령하는 것이다.

대표적 작가로는 위화(허삼관 매혈기, 살아간다는 것, 형제)와 샨사(측천무후, 알렌산더의 연인, 바둑 두는 여자), 쑤퉁(이혼 지침서, 쌀, 나 제왕의 생애, 마씨 집안 자녀교육기), 차오원쉬엔(비, 빨간 기와, 천표), 모옌(술의 나라, 풀 먹는 가족,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등이 있다.

중국 소설은 한국소설을 위협함은 물론, 최근까지 시장에 군림해온 일본소설을 밀쳐내는 양상이다. 중국 소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중국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반영됐다는 견해가 많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비교적 짧은 기간을 빼고 역사에서 중국은 늘 한국의 관심대상이었다. 게다가 199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중국열풍이 상승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아시아 특유의 정서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무리 번역을 잘 해도 무엇인가 이질적인 서구 문학과 달리 중국이나 일본 문학은 우리 정서와 밑그림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중국 소설이 한국이나 일본소설에 비해 이야기가 강하다는 점은 가장 큰 매력이다. 흔히 한국 소설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등장하는 말이 '작가주의 소설' '작가의 개인사' 라는 비평이 꼬리처럼 따라 붙는다. 이에 반해 국내에 번역된 중국 소설은 대부분 흥미진진한 이야기 중심이다. 문화대혁명과 더불어 격변기를 지나는 동안 수많은 이야기가 쏟아진 덕분이다. 중국 소설에는 정제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간군상이 많이 등장하고, 바로 이 점이 중국 소설을 살아있게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본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작권료도 중국소설 양산에 한몫을 했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면 '값 싼' 쪽이 유리한 것이다.

김미정 경북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1990년대 이후 중국 소설의 특징을 규정하기 힘들다. 이들은 이전의 작가들에 비해 상당히 다양한 경향을 보인다. 모옌은 초창기 중국의 토착적 아름다움에 관심이 많았다. 위화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러나 이 작가들이 요즘은 '중국의 현실사회'라는 점에서 만나고 있다. 중국소설의 특징 중에 진한 휴머니즘을 들 수 있는데, 이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긍정과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현대 중국소설을 분석했다.

작가라면 누구나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갖고 출발한다. 김미정 교수는 "한국의 많은 작가들이 내면으로 파고든다면, 중국의 작가들은 내면에서 시작하되 넓은 세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점"이라고 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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