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20분. 지난 1일 오후 5시 40분 대구 북구 동호동 대구체육고등학교 앞을 승용차로 출발해 수성구 용지네거리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이다. 주행계를 보니 25km를 달렸다. 승용차로 달린 지역은 오는 12월 착공해 2014년 개통 예정인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노선 구간이다. 3호선은 대구 도심을 거쳐 지산·범물 주거지역까지 이어진다. 팔달교, 만평네거리, 원대오거리, 서문시장, 계대네거리, 명덕네거리, 범어삼거리를 지나 대규모 아파트촌까지 자동차 상습 정체 현상이 많은 구간이다.
이날 기자가 몬 차량도 본격적인 퇴근 차량 행렬에 밀렸고 중간중간 빨간 신호등을 지켜보고 서 있어야 했다. 자동차가 없는 '뚜벅이족'들에게는 이 길은 고생길이다. 간선도로가 아닌 조금 깊숙한 지역으로 가려면 버스만 두세번 타야 한다. 이런 고생도 6년 후면 끝이다. 모노레일로 달리는 3호선이 들어서면 칠곡~범물길이 40여분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시의 도시철도 3호선 건설 계획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계획이 확정된 상황이지만 일각에선 건설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숙지지 않는 반대 목소리
지난달 19일 정오 대구시청 앞. 지상으로 달리는 3호선 종착역인 용지네거리 인접지역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도시철도 3호선 지상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날 집회에서 "지하화 예정이던 도시철도 3호선 도심구간이 지상화함으로써 상권 및 사생활 침해, 재산권 하락, 일조권 침해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데도 대구시가 막무가내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상화가 예산상의 문제로 결정된 것이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에 국비지원 상향을 요구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정지원 대구도시철도 3호선 지하화추진 범시민연대 사무국장은 도시철도 3호선 추진 과정에 주민 참여가 배제됐다는 점을 지상화 반대의 첫 근거로 들었다. 공청회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공청회 내용도 의견 수렴과 조율이 아닌 일방적인 통보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계 시민들에게 재산가치 하락 등 예상되는 문제가 발생할 때에 대한 대책도 전혀 없다. 우리가 3호선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시나 언론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데에 대해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3호선 노선 통과 지역에 노후 건물 지역이 많아 관광상품화가 어렵고 ▷부도심 연결 기능을 하는 경전철이 도심에 건설된 사례가 없으며 ▷콘크리트 건축물(상판과 지지대)은 시간이 지나면 흉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지상 모노레일 건설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시가 내세우는 건설비용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정 사무국장은 "시가 예산이 없다면서 1, 2호선을 연장하고 있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국비 지원을 따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3호선 종착역이 있는 칠곡의 분위기는 약간 다르다. 노선 가운데 상당 구간이 팔거천을 따라 지어지기 때문에 주민과의 마찰이 적다. 대구북구시민연대 관계자는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 '빨리 건설하자'는 사람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하철로 짓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이 지역민들의 관심은 오히려 팔거천 환경 파괴 문제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지금은 지상 모노레일을 건설하려는 시의 의지가 지역의 (반대)의견보다 커서 지켜보고 있다"며 "3호선 공사가 가시화할 경우 적절하게 대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건설 무용론에 회의론까지
3호선 건설 무용론도 있다. 조광현 대구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은 3호선을 추가 건설하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시의 재정규모나 수송분담률 등을 고려할 때 '안 하는 게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도시철도 3호선의 지상화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하지만 대구시가 발표한 비용편익(BC) 분석 결과는 억지로 꿰맞춘 것 같고 도시철도 건설이 '대중교통 수단 확충'이 아니라 재산가치 상승을 노리는 개발욕구에 편승한 정치적 야합 같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대구시는 지하철 2호선 개통 이후 하루 이용객이 43만명으로 수송분담률 9.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론 하루 30만명(7.1%)에 불과하다.
다른 대안을 내놓는 이도 있다. 안재홍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은 "이왕 지상화를 할 것이라면 노면 전차를 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했다. 도로면에 심은 선로를 따라 달리는 노면 전차 방식이 기둥 박고 상판 올리는 모노레일 방식에 비해 비용도 적게 든다는 지적이다. 도로에서 운행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도 없다는 장점도 있다. 그는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 회의에서 이런 제안을 했는데 '차량소통에 문제가 있어 곤란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면서 "도시철도 건설 목적이 '대중교통 강화'라면 자가용 이용을 줄이자는 것인데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도시철도 3호선 건설이 대중교통 수요에 따라 진행되기보다는 대형 산업 추진 쪽에 초점이 맞춰진 인상"이라고도 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대구시의 모노레일 '장밋빛' 전망
대구 도시철도건설본부는 최근 3호선 지상화 확정과 함께 갖가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기존 1, 2호선과의 환승 효과로 하루 이용객 6만8천명(1호선 5만1천명, 2호선 1만7천명) 증가 ▷1, 2호선 운영 수지 265억원 개선 ▷상대적으로 개발이 뒤처진 지역의 개발 활성화 및 관광자원화 등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의 최영은·김용범·최현주 박사는 3호선이 대구 서북부 칠곡과 동남부 지산·범물지역의 교통여건을 개선하고 도심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자료를 지난 1월 내놨다. 30개 역사와 주변지역에서 주거, 업무, 상업, 문화 등의 개발이 촉진될 것이라고 했다. 지하철 1·2호선에 비해 2분의 1 수준인 건설비, 4분의 1 수준인 운영비로 인해 예상되는 흑자 규모도 연간 3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구시 측의 청사진엔 희망이 가득하지만 해결 과제가 없을 수 없다. 무엇보다 3호선 지상화를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도시철도건설본부 측의 공식 입장은 "3호선 모노레일 건설은 전문가 의견과 시민·시민단체·의회·구청의 여론을 종합해 선택한 결과"라는 것이다. 도시철도건설본부 한 관계자는 "모노레일은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교통 및 관광용으로 운행하는 대량 수송수단"이라며 "안전이나 주위 경관, 수요 예측 등 각종 요소를 고려해 보완할 것은 보완한 만큼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사는 소음·먼지 발생, 사생활 침해, 도시 흉물화 여부 등이다. 이에 대해 도시철도건설본부는 모노레일 전동차 바퀴가 고무타이어로 돼 있고 콘크리트 빔 선로 위로 달리기 때문에 소음·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내 소음 최대치를 지하철 기준 80dB(A)보다 더 낮은 73dB(A) 이하로 유지해 "전화벨 울리는 소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전동차가 주거 지역에 들어서면 흐릿해지는 전동차 창문 흐림 장치로 노선 주변 주민들의 사생활을 보호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중창 속에 액정을 충전해 평소에는 전류를 흘리고, 주거 지역에선 전류를 끊는 방식으로 조종을 한다는 것이다.
조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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