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아이들에게 친환경 급식을

지금 4·9총선 준비가 한창이다. 하지만 선거전에선 정책은 없고 편 가르기만이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선거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요즘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서민 경제를 살릴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 서민들은 고물가와 사교육비에 허리가 휠 정도로 힘이 든다. 세계 곡물가격의 상승은 곧이어 닥칠 식량파동을 예고하는 전주곡 같아서 '밥'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삶의 근본에 있는 뿌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존의 기본인 '밥'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정부는 농업 또는 식량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자동차와 핸드폰을 수출하고 식량은 수입해서 먹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어쩌면 더 많은 무역과 더 높은 성장에 오히려 농업이 방해가 되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농업은 포기하고, 식량은 수입해서 사다 먹으면 된다는 논리가 과연 타당한가. 식량 수입에 필요한 돈을 벌어다 줄 성장과 무역체계가 정말로 지속가능한 것인가. 설령 돈이 있다고 우리가 수입할 수 있는 식량이 늘 해외에 준비되어 있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세계적인 경지면적의 감소와 지구 온난화, 기상이변 등의 요인으로 국제적인 식량 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국제곡물 가격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국내의 식량자급률은 25% 수준에 머물러 있고 쌀을 뺀다면 5% 수준에 불과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밥상은 외국의 다국적 식량기업이 지배하고 있다. 국내농업이 붕괴된 후 세계적인 식량위기 사태가 터진다면 우리 사회에는 어떤 혼란이 올까 걱정이 앞선다.

농업과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우리 사회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먹을거리를 이윤만 우선시하는 시장에 맡겨놓은 결과가 농업의 붕괴와 끊이지 않는 식품 안전사고였다. 교육이나 의료, 전기 등 사회구성원들의 삶에 필수적인 요소는 일방적으로 시장에만 맡기지 않고 사회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루듯 먹을거리 문제도 생명공공재로 사회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

먹을거리 문제를 사회공공성의 관점에서 다룬 사례가 바로 학교급식을 친환경 급식으로 바꾸기 위한 실천이었다.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에게 희망을'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것을 모토로 진행된 학교급식 운동은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이뤄진다. 친환경급식을 위한 보조금을 학교에 지급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지역 농민에게는 친환경 농업으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해주는 운동이었다.

학교급식 운동의 성과로 지난해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9개 초등학교에서 친환경급식 시범사업이 실시되었다. 한 학교당 약 4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돼 아이들에게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급식이 제공되었다. 올해는 시범학교 숫자가 16개 학교로 늘어났다. 앞으로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과 함께 노력한다면 지역의 모든 학생들에게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급식이 제공되는 날이 앞당겨질 것이다.

먹을거리 정책은 '국가와 지자체의 공공영역 집단급식 책임 규정 및 통합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공공급식에 지역산 친환경농산물 사용을 의무화하며 유기농업 확대와 로컬푸드 체계(지역 생산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형태) 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다 적극적인 공공정책을 지금부터라도 수립한다면 아이들뿐 아니라 우리 지역의 모든 구성원들이 국적불명의 먹을거리로 인한 공포와 식량파동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릴 것이다.

강신우(학교급식대구운동본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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