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개혁과 전략이 신문의 성공이다

오늘은 '신문의 날'이다. 신문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사람으로서 사실 기뻐해야 할 날에 왠지 가슴 속에 무거운 마음만 자리 잡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신문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비슷한 심정일 것이다. 흔히 '신문의 위기'로 비유되는 현재 상황에서 신문의 위상은 갈수록 위축되는데다가 좀처럼 그 상황이 반전될 만한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 신문의 활성화가 종이신문 구독을 위축시키고 있고 여기에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뉴스 기능까지 접수하여 수천만 네티즌들의 정보욕구를 해소하면서 종이신문은 큰 폭으로 독자를 잃고 있다. 가히 '종이신문의 위기'라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21세기 첨단 디지털 정보사회가 종종 방송영상의 지상낙원으로 비유되고 있고 방송통신융합의 시대를 맞으면서 그 위상이 하늘 높은 줄 모르면서 치솟고 있는 현실에서 과연 신문이 회생하기 위한 돌파구는 없는 것일까.

신문은 그동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마련하면서 재기를 꿈꾸고 있지만 그 노력은 주로 단편적이거나 수동적 차원에서 시도되고 있을 뿐이다. 지면을 개선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특히 광고주를 설득하기에는 매체의 구조적 여건이나 그 시장이 과거에 신문이 영광을 누렸던 시절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신문의 날'에 대한 의미를 좀 더 현실적으로 분석하고 냉철하게 전망해야 하는 것은 우리 신문의 책무이자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일각에서는 신문방송겸영이 마치 신문의 위기를 전격 타개할 묘약이라도 되는 듯이 미화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시장지배적인 전국신문 극소수에만 돌아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히려 신문방송겸영은 대다수 중소규모 신문들의 경영을 악화시킬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다. 신문방송겸영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칙적으로는 합법이라 할지라도 신문시장의 기형적 독과점 구조형태를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현실에는 적어도 맞지 않는 정책이다.

아무리 1면을 파격적으로 편집하고 디자인을 멋지게 꾸민다고 해도 근본적인 타개책은 못 된다고 하는 것이 오랫동안 신문을 연구한 필자의 소신이다. 단기적 효과는 거둘 수 있으나 떠난 독자들을 다시 끌어안기에는 역부족이다.

근본적으로 시급한 것은 지난 세월 급격하게 추락한 신뢰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신문의 최대사명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보도, 공정한 보도를 했는지 성찰하고 개선해야 한다. 또한 과거 절대 권력으로부터 언론자유의 쟁취를 위해 독립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듯 이제는 그 지향점이 자본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 있음을 깊이 인식하고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살 깎기식 경품경쟁이 아닌, 진정 독자를 위한 정론경쟁에 앞장섰는지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개혁적 인식이 먼저 바탕을 이룬 다음 첨단정보사회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대외적으로는 신문이 뉴미디어 시대에도 콘텐츠 중심의 매체 역할을 주도해갈 수 있도록 크로스미디어로서의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콘텐츠의 다양한 제휴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반드시 신문방송겸영의 형태가 아니라도 실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신문 운영의 내실과 규모의 경제를 실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량과 긴축정책도 감내해야 한다. 무리한 몸집 불리기 경쟁이나 위상 경쟁은 자칫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 정보화 전략과 기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 대한 성찰적 개혁은 물론 미래지향적 전략이 그 성공을 거두려면 무엇보다 신문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변화할 때 비로소 신문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며 떠난 독자들도 다시 돌아오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의 날'인 오늘, 신문인 모두의 건승을 기원하며 동시에 비장한 각오를 주문해 본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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