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STX조선이 세계 최초로 배를 기존 도크가 아닌 육상에서 선미(船尾)와 선수(船首) 2개 부분으로 나누어 건조한 뒤 해상에 떠있는 스키드 바지(Skid Barge)에 선적, 한척의 선박으로 조립해 진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른바 스키드 론칭 시스템(Skid Launching System)으로 4만7천DWT급 석유제품 운반선의 육상건조에 성공한 것.
이 공법은 도크 건설에 필요한 자금과 건설기간을 절약하고, 육상공간의 효율적인 사용으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획기적인 공법이다. 이를 고안한 것은 대구의 플랜트 업체인 (주)동성중공업. 이 회사는 당시 100억원 이상을 투입, 대기업도 엄두를 못낸 최첨단 공법을 개발한 것이다.
동성중공업은 지난 1월 유엔개발계획(UNDP) 등록업체로 선정돼 다시 한번 대기업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국내 굴지의 한 건설사는 직원들을 6개월간 파견해 동성에서 기술을 전수받게 할 정도로 우량 기업이다
◆동성중공업은 어떤 회사
동성중공업(대표 허필수·대구 동구 신천동)은 철골 및 특수 플랜트 구조물과 PEB(Pre Engineered Building) 시스템 전문회사다. PEB시스템은 건물이나 구조물을 건립할 때 외부충격에 대해 하중을 지탱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의 크기를 감안한 설계로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최적화 설계기능이다. 동성은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공장 구조물에서부터 항공기 격납고, 선박도크 등 특수시설물 건축을 한다. 경북 성주에 플랜트 생산공장을 두고 서울, 김해, 중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수주 600억원에 매출 530억원. 올해는 1천억원이 무난할 전망이고 2011년에는 2천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회사의 영업무대는 80% 이상이 해외나 다른 지역이다. 러시아, 일본 등 16개국에 건축실적을 갖고 있다.
동성중공업은 매출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손잡고 해외에 진출하면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독자적인 영업만을 하고 있다. 대기업과 손잡더라도 하청업체로서의 '종속관계'가 아닌 대등한 조건으로 참여한다.
◆융합(컨버전스) 건축기술로 승부
지난 2003년 스포츠업체 '리복'이 베트남 공장 설립을 추진하자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덤벼들었다. 기존 설계대로라면 지붕틀 아래 들어찰 기둥 때문에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 동성중공업은 기둥을 과감히 빼버렸다. 리복은 수천명이 근무하는 생산라인의 변화에 대비하고 자유로운 레이아웃에 대비할 수 있게 돼 창의적인 제안을 한 동성의 손을 들어주었다.
동성중공업은 또 제조공정에 따라 작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무빙셀터(이동식 집·작업장)나 선박도크도 개발해 건축과 기계, 건축과 조선기술의 융합(컨버전스) 기술도 선보였다.
허필수 대표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따라하는 것은 항상 2등이다. 동성중공업만의 신시장, 블루오션을 개척하기 위해 건축과 기계, 건축과 조선, 건축과 환경 등 융합기술을 바탕으로 시스템 공급자로서의 비즈니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한 대기업에서 그룹의 '우산' 안으로 들어오게 해야 한다는 측과 동성이 원가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춘 만큼 계속 독자 생존하게 해야 한다는 측이 충돌을 빚은 일화는 업계에 동성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독자생존 고집하는'별난기업'
허 대표의 경영철학은 '대기업 종속마케팅은 하지 않는다'는 것. 이 같은 원칙이 지켜지는 데는 독자 생존기술이 기반이다.
동성중공업은 70여명의 직원가운데 박사 3명을 포함, 15명의 석·박사급 전문인력이 포진한 기술연구소를 갖고 있고 나머지 대부분의 직원도 각종 자격증을 갖고 있다.
공사 수주를 받아야 하는 건설업체의 경우 마케팅이 경영의 핵심이지만 동성은 별도의 마케팅 부서가 없다. '기술력은 시장에서 어떤 마케팅보다도 큰 무기가 된다'는 믿음에 따른 것. 이 때문에 연구·기술직원들이 기술배경을 갖고 직접 마케팅을 하는 것은 물론 재무제표를 볼 정도로 멀티플레이어들이다.
확실한 권한을 주고 책임을 묻는 것도 이 회사의 독특한 경영구조다. 50억원, 심지어 100억원이 넘는 프로젝트도 팀장급이 결정하면 회사는 이를 존중하고 지켜본다. 아직까지 실패작이 없었다.
김진욱 기술연구소 팀장은 "대기업에 있으면 근무 조건은 훨씬 좋겠지만 마케팅에서부터 회계일 보고 권한과 책임을 누리다 보면 CEO 훈련을 하는 효과가 있다"며 "직원들이 사장도 될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일한다"고 회사 분위기를 전했다.
허 대표는 "국내 수주를 위해 경쟁을 하기보다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 영업을 강화하고 융합기술에 바탕을 둔 '창조적 경계시장'을 만드는 데 심혈을 쏟겠다"고 말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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