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사랑 색깔은?…연극 '사랑에 관한 소묘'

대덕문화전당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연극 '사랑에 관한 소묘'에는 3가지 사랑이 등장한다. 무대는 3쌍의 남녀가 투숙한 여관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로 묶을 수 있는 남녀는 30대 노처녀 노총각으로 오랜 친구사이다. 두 사람은 친구의 결혼식에서 오랜만에 만난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은 있었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사랑일까, 우정일까…. 두 사람도 자신의 감정을 모른다. 피로연이 끝나고 친구들과 여관에서 2차를 계획하지만 친구들은 오지 않았다. 결국 희준과 소연, 오래된 두 친구가 여관에 남았다. 둘은 티격태격한다. 우정을 사랑으로 만들기 위한 것인지, 우정마저 쓸어내기 위한 것인지 구분이 어렵다. 사람살이란 게 늘 그런 법이니까.

'천생연분'으로 묶을 수 있는 옆방의 남자와 여자는 50대 부부다. 고향에서 사고를 친 남편은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마도로스다. 쉽게 말하자면 '골통'이다. 아내는 남편을 찾아 서울로 왔다. 그리고 남편을 고향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 생활걱정을 늘어놓는다. 낙천적인 마도로스는 유머와 배짱으로 아내를 설득한다. 두 사람은 다음날 소풍이나 가자며 이야기를 끝낸다. 소풍을 끝내고 두 사람은 고향으로 내려갈까….

'황혼의 고백'이랄 수 있는 두 노인은 60대 후반으로 어린시절 동네에서 오빠와 동생 사이로 자랐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았다. 나이 들어 만난 두 노인은 어린 시절 애틋함을 확인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가려는 할머니를 온갖 방법으로 만류한다. 그러나 추억보다 세월의 힘이 더 센 것일까. 할머니는 여관을 나서면서 '할아버지가 준 선물'을 여관에 놓아두고 떠난다.

원작에서는 무대가 모텔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의 무대는 여관이다. 문창성 감독은 무대를 여관으로 설정한 이유를 "모텔이 불륜 혹은 정사의 색깔을 가진다면 여관은 누구나 한번쯤 머물고 떠나는 공간, 삶의 정취가 묻어나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 작품을 연애가 아니라 삶의 부분으로, 무대를 연애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공간으로 확장시키고 싶었다"고 했다.

이 작품은 연인들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관심을 덜 끌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 역시 '불타는 사랑'이 아니라 곁에 있어서 잊어버린, 넌더리나는 사랑이다.

'사랑에 관한 소묘'는 12년 넘게 공연된 작품이다. 공연횟수 650회에 관람객만 6만명이 넘는다. 서울에서는 소극장 뮤지컬로 공연되기도 했지만 이번엔 연극이다.

▶공연안내=19일 저녁 7시/대덕 문화전당 공연장/전석무료/053)622-0703.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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