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미사를 독일에서는 메세(messe)라고 한다. '성당에 모인 군중(Kirchmesse)'에서 변형된 이 용어는 성당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의식을 나타내지만 상품전시회를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미사(mass)가 끝나면 성당 앞마당에 시장이 섰다. 미사를 마친 중세유럽 사람들이 장을 보았던 성당의 앞마당은 나중에 광장으로 발전하게 된다. 시장이 광장으로 발전해 가는 과정도 재미있지만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에서 종교의식과 전시회가 같은 단어를 어원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19세기 초부터 미국은 급속한 산업발전에 따라 각종 협회가 창립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땅 유럽에 대한 사업정보를 나누기 위한 각종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 이 회의장을 중심으로 숙박시설, 식당 등이 번창하여 새로운 유형의 산업이 등장했는데 이를 컨벤션(convention)이라고 불렀다.
유럽의 컨벤션은 1240년 7월 11일 신성로마황제였던 프리드리히 2세(1194~1250)가 프랑크푸르트 상품전시회를 개최한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교역전은 지역의 특산품만이 아니라 멀리 동방에서 온 상품들까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정기적 전시컨벤션으로 발전했다. 미국의 컨벤션이 회의가 중심이라면 유럽의 경우는 전시회가 주축을 이루는 것이 다르다.
컨벤션은 원래 라틴어 '함께 모임(con+venire)'을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지만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이 모이다 보니 회의도 하고 상거래도 하며 국가 간 조약도 맺게 되었는데 이를 모두 컨벤션이라 불렀다. 오늘날 컨벤션은 산업으로 발전했고 상품, 지식, 정보 등을 교류하기 위한 각종 모임, 이벤트, 관광, 전시회를 포함하는 개념(MICE)으로 확대되고 있다. 컨벤션산업을 '굴뚝 없는 성장산업'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근래 대구에서는 EXCO를 중심으로 전시컨벤션산업이 활발하다. 지방에서 최초로 개관한 EXCO는 국제인증전시회를 개최하여 국제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금년에 열린 대구국제광학전, 대구국제섬유박람회, 소방방재안전엑스포 등이 해가 갈수록 내실을 기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국내 컨벤션산업은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지방전시장이 비슷한 시기에 개관함으로써 전시회 유치를 위한 과잉경쟁, 유사한 전시회 난립, 적자를 면치 못하는 재정상태 등 몇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의 컨벤션산업이 다음과 같은 점을 개선해 나간다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지역 생산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경지역의 전시회는 수출상품과 전시회의 내용을 연계시켜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프랑크푸르트는 국제도서전시회로도 유명한데 이는 활자를 발명한 구텐베르크(1397∼1468)와 대문호 괴테(1749∼1832)가 그 지역 출신이라는 것과 깊은 연관이 있다.
둘째, 참가자를 위한 전시가 되어야 한다. 최근 EXCO 전시회들이 보여주는 전시회가 아니라 바이어와 참가업체 위주로 바뀌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고무적인 일이다. 지역민들의 참관도 중요하지만 국제전시회의 목적은 판매와 궁극적으로는 수출을 위한 것이 아닌가. 전시를 위한 전시회보다는 판매를 위한 전시회가 바람직하다.
셋째, 국제화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대구는 일찍부터 약령시, 포목시장, 인근의 우시장 등이 유명했던 곳이다. 특히 약령시는 효종 9년(1653년)에 개장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당시 인근 국가에서도 바이어가 찾아왔다고 한다. 내수가 한계에 이르면 국제교역이 필요한 법. 해외바이어를 유치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일찍이 프랑크푸르트 교역전을 개최한 프리드리히 2세는 전시회 참가자의 안전과 편의 제공을 위해 황제 명의로 보증서를 발급했다. 바로 이 아스콜리 증서(document of Ascoli)의 정신이 오늘날 독일을 컨벤션산업의 메카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해외바이어에게 최선을 다해야 함을 시사하는 좋은 예시가 된다.
김영우(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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