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次惡 선택이 기권하는 것보다 낫다

내일 전국 245개 선거구에서 지역구 의원을 뽑고 정당 투표를 통해 54명의 비례의원을 선출한다. 유권자 한표 한표로 4천900만 국민을 대표할 18대 국회의원 299명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앙선관위는 지난 3일 조사에서 적극적 투표 의향층이 63.4%로 나와 비상이라 한다. 실제 투표율이 50% 밑으로 떨어질까 불안해하는 것이다. 4년 전 77.2%로 나온 투표 의향층 가운데 실제로 투표장에 간 유권자는 60.6%였던 경험에서다.

최악의 투표율 예상은 선거가 선거답지 않은 데서 비롯하고 있다. 각 정당은 시작부터 유권자의 이목을 끌 이슈를 제시하지 못하고 혼란스럽다 못해 잡스러운 싸움으로 선거 판을 만들었다. 누구보다 한나라당이 향후 5년을 책임진 사명감보다는 각 파벌간 권력싸움으로 이번 총선을 끌어내렸다. 특히 대구 경북은 유난스러울 정도였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 정당 정치의 체모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처럼 적과 동지가 뒤죽박죽인 잡탕 선거는 보다 처음이었다.

선거 코앞에서 부동층이 52.5%에 달한다는 선관위 발표는 무엇을 말하는가. 이런 실망스런 선거에서 찍을 후보도 정당도 마땅찮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유권자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음에 드는 최선의 후보가 없다 해서 기권하면 최악의 후보가 웃을 수 있다. 어차피 내일 누군가는 당선된다. 그 자리를 자신이 바라지 않는 사람이 차지하게 버려둘 수는 없는 일이다. 최악의 등장을 저지하기 위해서도 투표장에 가야 한다. 투표하지 않고 나중에 비판하는 것은 자격 없는 짓이다.

사실 차악을 고르는 것이 더 힘든 판단일 수 있다. 그래도 민주시민으로서 감당해야 할 도리를 던져버릴 수는 없다. 투표를 않는 것은 민주시민의 일원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유권자 한표마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천금의 대표성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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