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디자인은 인간과 자연, 사회가 만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계획과 건축, 조경, 토목 등 각기 움직이던 분야들을 통합해 입체적이고 세부적인 설계안을 만든다는 의미입니다."
지난 3일 대구 그랜드디자인 기본 구상을 발표한 대구도시디자인위원회 김철수(58·계명대 도시공학과 교수)위원장은 "100년 앞을 내다본 대구 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그랜드디자인 기본 구상 발표의 의미는
▶도시 디자인에 대한 기본 골격을 마련한 것은 대구라는 도시가 생긴 이후 처음이다. 도시의 경관이나 이미지를 이루고 있는 환경들을 찾아내고 대구답다는 정체성(identity)을 정리한 데 큰 의미가 있다. 이 같은 대구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는 방향을 정하고 관문, 시가지, 가로축 등의 대상을 끌어내 앞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도시디자인이 도시 경쟁력의 바탕이 되고 있다는데
▶그동안 한 도시의 경쟁력은 교통, 공항, 공단 등 인프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문화시설, 경관, 생활환경 등이 경쟁력이다.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우냐는 게 대단히 중요해졌다. 몇 년 사이에 세계 각국이 창조도시라는 개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이 역시 문화와 예술, 역사 등 환경을 잘 갖추는 것이 도시 경쟁력의 주요소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한마디로 도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도시를 디자인한다는 개념이 잘 와닿지 않는데
▶지금까지는 도시계획과 건축, 토목, 조경 등에서 기능 측면이 중시됐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도시계획은 아름다운 것, 입체적인 것과 접목시켜야 하고 건축은 도시 전체 배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토목과 조경도 안전과 자연 중심에서 벗어나 건물과 땅, 사람들의 활동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를 바라보는 이런 각각의 개념들을 도시디자인이라는 목표 아래 통합시키는 일이 절실하다. 평면과 입체, 개별과 전체, 기능과 환경을 조화시키는 총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대구를 디자인하는 데 중요한 것은
▶자연·지리적 측면에서 대구는 분지 지형으로 다른 도시에 비해 시가지가 조밀하지만 조금만 디자인에 투자하면 효과가 빨리 나타나는 형태이기도 하다. 가로환경이 좋아서 가로축을 잘 살리고 역사성과 자연적 요소를 가미하면 저비용 고효율의 도시 형태로 가꿀 수 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도심의 역사·문화 환경을 보전하고 가꾸는 일이다. 새로 만드는 것만이 디자인인 것은 아니다. 좋은 것을 지키고 더 잘 만들고 잘못된 것을 고치고 없애는 것이 디자인의 출발이다. 대구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시민들의 도시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경상감영과 영남제일관, 달성 복원을 먼저 제안하고 싶다.
-도시디자인 성공의 전제조건이 시민 합의와 동참이라는데
▶예컨대 건물 소유주가 내 건물이라고만 생각하지 않고 도시의 한 구성요소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오가는 시민들도 표지판 하나, 인도블록 하나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 이런 인식이 없으면 디자인에 대한 것들은 규제로 받아들이기 쉽다. 간판만 봐도 그렇다. 대구에도 간판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조만간 나올 것이다. 건물별 간판 숫자와 모양, 부착 위치, 벽면적과의 비율 등 시시콜콜한 내용들을 규정하게 된다. 이를 규제로 생각하면 거부감이 들지만 도시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면 함께할 수 있다.
-향후 디자인 사업 추진 방향은
▶쉬운 것, 작은 것부터 해나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대구의 경우 자치구별로 시범 구간을 정해서 디자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되 지원과 보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조례를 제정해 제도를 갖추고 예산을 뒷받침해 장기적인 지원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은 공공성이 강하지만 너무 관(官) 주도적이어서도, 민(民) 주도적이어서도 안 된다. 의회와 시민단체,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시민 헌장, 선언문 등의 형태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고 적극 홍보해 시민 의식을 높이는 방안도 시도할 필요가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사진·윤정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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