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투표했어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 손을 잡고 9일 오전 7시 30분 영주시 가흥동 복싱체육관에서 투표를 마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누곡휘엔(28·영주시 가흥동)씨는 "한국에 시집 와 아들도 낳고 국적 취득도 했는데다, 선거에까지 참여하게 되니 이제는 정말 한국인이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3년 베트남에서 영주에 사는 김진걸(43)씨와 결혼한 누곡휘엔씨는 "시집오기 전 베트남에서 지방선거에 한번 참가해 본 경험이 있지만 한국에 시집와서 처음 하는 투표에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 5·31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남편 혼자 투표하러 가는 걸 보고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아 무척 속상했다"는 그녀는 그러나 "기쁜 마음에 들떠 첫 투표를 실수하고 말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편과 기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기표란에 제 도장을 찍고 말았지 뭡니까!"
누곡휘엔씨는 "남편에게 혼나게 생겼다"며 연방 쑥스러워했다.
남편 김씨는 "시집 온 지 5년 만인 지난해 11월 20일 국적취득을 한 아내와 함께 이번 선거에 참가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아내가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에 정말 기뻤는데, 결국 첫 투표를 실수한 것 같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주부들을 잘 보살펴 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했는데 실수로 끝나 못내 아쉽다"는 누곡휘엔씨는 "누구를 찍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남편이 누굴(?) 찍었는지 절대로 말하지 못하게 했다"며 아들 손을 잡고 투표장을 떠났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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