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첫 투표 가슴 벅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누곡휘엔씨

▲ 첫 투표에 나선 베트남 신부 누곡휘엔씨가 남편과 나란히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 첫 투표에 나선 베트남 신부 누곡휘엔씨가 남편과 나란히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나 투표했어요, 그런데…."

남편과 아들 손을 잡고 9일 오전 7시 30분 영주시 가흥동 복싱체육관에서 투표를 마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누곡휘엔(28·영주시 가흥동)씨는 "한국에 시집 와 아들도 낳고 국적 취득도 했는데다, 선거에까지 참여하게 되니 이제는 정말 한국인이 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3년 베트남에서 영주에 사는 김진걸(43)씨와 결혼한 누곡휘엔씨는 "시집오기 전 베트남에서 지방선거에 한번 참가해 본 경험이 있지만 한국에 시집와서 처음 하는 투표에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2006년 5·31 지방선거와 지난해 대통령선거 때 남편 혼자 투표하러 가는 걸 보고 차별 대우를 받는 것 같아 무척 속상했다"는 그녀는 그러나 "기쁜 마음에 들떠 첫 투표를 실수하고 말았다"며 울상을 지었다.

"남편과 기표 연습을 많이 했는데도 기표란에 제 도장을 찍고 말았지 뭡니까!"

누곡휘엔씨는 "남편에게 혼나게 생겼다"며 연방 쑥스러워했다.

남편 김씨는 "시집 온 지 5년 만인 지난해 11월 20일 국적취득을 한 아내와 함께 이번 선거에 참가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아내가 주권을 행사하는 모습에 정말 기뻤는데, 결국 첫 투표를 실수한 것 같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외국인 주부들을 잘 보살펴 줄 것 같은 사람을 선택했는데 실수로 끝나 못내 아쉽다"는 누곡휘엔씨는 "누구를 찍었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남편이 누굴(?) 찍었는지 절대로 말하지 못하게 했다"며 아들 손을 잡고 투표장을 떠났다.

영주·마경대기자 kdm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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