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국 향배 가늠 숫자 '한나라 168-민주 100'

총선 확보의석 따라 정치역학구도 어떻게

운명의 날이 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의 행보도 모두 이번 총선결과에 달려있다. 향후 정국은 한나라당이 안정적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느냐와 야당이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얻을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나라당이 절대 안정 의석인 168석 이상을 넘을 경우, 박 전 대표와 강 대표, 이재오 정몽준 의원 등은 물론,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 '2인자 그룹' 간의 역학구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안정적 과반 의석 확보할까=한나라당의 목표는 안정 과반 의석이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국회 상임위에서 한나라당 의석이 과반을 넘는 168석을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152석을 얻어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152석은 가까스로 과반을 넘긴 것이라 정국을 주도하기에는 '2%' 부족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을 통해 행정부에 이어 의회까지 장악, 10년 만의 명실상부한 '여대야소' 정국을 꿈꾸고 있다. 강재섭 대표 등 당의 주요인사들은 정권교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국회의 안정적 운영이 필요하다며 과반 의석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과반을 넘기고 그 규모가 168석에 이르면 정국운영의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168석을 넘기면 1988년 13대 총선 이후 가장 강력한 거대여당이 등장하게 된다. 이는 한나라당이 국회의 모든 상임위원회에서 반수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게 돼 그야말로 국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구상대로 국정운영을 하는 것도 그만큼 쉬워진다. 공천파동을 겪었지만 수도권과 영남권에 폭넓게 포진하게 된 '친이' 소장파들을 통해 이 대통령은 급속하게 당을 장악하면서 친정체제를 구축하게 될 수도 있다. 반면 박 전 대표는 왜소해진 영향력을 감안, 곧바로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확실한 비주류로서 자리매김하게 될 공산이 크다.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도 논란이 일 수 있지만 박 전 대표의 당내 위상과 입지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만에 하나 150석 내외의 과반의석 확보에만 그친다면 한나라당 내에서는 공천책임론이 강하게 일면서 당내갈등이 전당대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박 전 대표 측이 캐스팅보트 역할에 나서면서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안한 모습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도 무소속당선자 등의 영입 등 '합종연횡'을 통해 대여 투쟁전선에 힘을 합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개헌저지선 확보할까=통합민주당의 개헌저지선 100석 확보여부는 한나라당의 압승구도와 맞물려 있다. 수도권 접전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와의 대결에서 선전한다면 한나라당이 150석 내외를 얻고 민주당이 100석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의회권력 장악을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야당으로 재기의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총선을 앞두고 과도체제로 출범했던 손학규 대표도 원내진입 여부와 상관없이 '롱런'체제를 굳히게 된다. 특히 경쟁자인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낙선이 현실화되면 민주당은 손 대표체제로 확실하게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절대적 과반 확보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은 개헌저지선에 못미치는 성적을 거두게 된다. 물론 손 대표측은 80석 이상만 얻어도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지만 손 대표는 원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총선책임론을 뒤집어 쓸 수도 있다. 즉 당내의 선거책임론과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유선진당, 교섭단체 구성하나 =이회창 총재의 총선을 통한 정치실험은 일단 절반의 실패로 귀착될 것 같다. 대선 3수에 이어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 창당을 통해 보수야당의 기치를 올린 이 총재는 당초 100석을 목표치로 제시했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이 총재는 "교섭단체 구성을 확신한다"며 목표를 교섭단체 구성으로 낮췄다. 20석이라는 원내교섭단체 구성여부가 자유선진당과 이 총재의 운명을 결정지을 마지노선이 된 셈이다. 그러나 자유선진당의 교섭단체 구성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소속 및 친박연대와의 연대설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무소속 및 친박당선자들이 한나라당 복당을 공언하고 있어 이 총재의 정국구상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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