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걷고 싶은 길]대구 동구 봉무공원

산과 물, 흙길의 조화 어떤 차림, 어떤 행동도 어울린다

대구에서 호수를 바라보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봉무공원은 대구시민들에게 더욱 사랑받는 산책로이다. 산과 물, 흙길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봉무공원은 공원 초입부터 설렘을 안겨준다.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울창하게 뻗어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든다. 300m나 이어지는 메타세쿼이아 길은 그 자체만으로 느릿느릿 걸어보고 싶은 곳이다. 나무가 좀 더 울창해질 즈음이면 더욱 보기가 좋다.

천천히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봉무공원 단산지. 물이 맑고 넓어, 보는 것 만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단산지의 풍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 본다. 때 마침 봄꽃들이 여기저기 피어 반긴다.

단산지 둑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단산지 산책로는 3.8km로 40분 가량 걸린다. 호수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어 지루하진 않다. 걷다가 힘들면 아무 데나 걸터앉아 수다를 떨어도 좋다. 단산지 반대 쪽으로는 아기자기한 풍경이 펼쳐진다. 야트막한 야산, 팔공산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면 시름은 금세 날아가 버린다.

좀 더 본격적인 운동을 하고 싶다면 봉무공원 만보산책로를 택하면 된다. 단산지에서 감태봉, 구절송, 강동약수터를 돌아 나비생태원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총 7km로, 2시간 거리다. 호수 전체를 한 바퀴 도는 만보산책로 숲길에는 야생화도 많아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 사진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출사 현장이기도 하다. 저마다 자신이 느낀 봉무공원의 풍경을 담아 블로그에 올려 놓은 사람이 많다.

단산지 주변에서는 참 여러 표정을 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침통한 표정으로 호수를 마주보고 앉아 하염없이 물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잠깐 산책 나온 듯 양복을 입은 사람도 눈에 띈다. 등산복 차림으로 삼삼오오 운동하는 아주머니들이 있는가 하면 짧은 반바지 차림에 뜀박질하는 중년 아저씨도 있다.

친구들과 오랜만에 단산지를 찾았다는 박지분(59'대구 수성구 지산동)씨는 "늘 여유 있고, 가볍게 운동도 할 수 있어 친구들과 만날 때면 자주 단산지를 찾는다"면서 "오늘은 불로화훼단지에서 화분도 살겸 이곳을 들렀다"고 말했다.

그 어떤 차림도, 행동도 어울리는 곳. 그곳이 바로 단산지인 듯 했다. 넓은 못이 있어서일까. 어떤 것도 그 앞에서 넉넉하게 허용된다. 그렇기에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봉무공원 일대는 이처럼 별다른 치장 없이 그저 담백한 산과 물, 그리고 걸을 수 있는 길이 있어 매력적인 곳이다.

걷는 것만으로 밋밋하다 싶으면 공원 내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이용해도 좋다. 족구'배드민턴장'농구장'인공암벽등반 등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아이가 있다면 한겨울에도 나비가 날아다니는 나비생태원에서 나비를 직접 보고 꽃과 식물도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나비생태원 뒤쪽으로 1만여㎡의 무궁화동산이 있다. 6종, 1만5천그루가 심어져 있고 느티나무'이팝나무'산사나무 등도 볼 수 있다. 이렇게 주변 시설을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반나절이 훌쩍 지나간다. 왠지 머리가 답답하고 머릿속이 복잡할 때 책 한권 들고 봉무공원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산과 물, 맑은 공기가 저절로 머릿속을 치유해주지 않을까 싶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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