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TV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 '활짝'

텔레비전 하나면 다~된다

임신한 아내가 거실에서 TV를 본다. 직장인 남편이 귀가할 즈음, 갑자기 족발이 너무 먹고 싶다. 이럴 땐 문자를 보내면 간단하지만 굳이 휴대전화를 찾을 필요가 없다. TV 리모트 컨트롤에서 '메시지 ON' 채널을 누르면 마치 대형 휴대전화 화면을 보는 듯한 창이 뜨고, 휴대전화처럼 번호를 조작해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TV로 휴대전화에 문자를 전송하는 세상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온미디어 수성구동구케이블방송 조현 디지털 담당 과장은 "TV와 TV, TV로 휴대전화에 문자를 전송하는 서비스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흘렀다"고 했다.

함께 족발을 뜯으며 드라마에 빠져 있는 부부. 마침 똑같은 예비 엄마아빠가 미래에 태어날 아기 옷을 고르는 장면이 나온다. 옷이 너무 마음에 든다. 리모트 컨트롤로 당장 아기 옷을 클릭한다. 아기 옷에 대한 상세정보란이 뜨고 구매하기 메뉴를 누르자마자 홈쇼핑 방송으로 화면이 바뀐다. 다시 주문 버튼을 클릭하면 바로 계약이 끝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 드라마 채널로 돌아온다. 이 역시 꿈같은 얘기가 아니라 우리 일상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인터넷과 TV가 결합한 이같은 상품 구매 시스템이 티(T=텔레비전) 커머스라는 영역으로 연구되며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간 것.

TV는 바보상자라 불렸다. 언제나 정해진 시간, 정해진 프로그램으로 TV 앞에 사람들을 불러 모으며 아무 생각 없게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했다. 요즘 TV는 바보상자가 아니라 요술을 부린다. TV가 주인처럼 행세하던 시절은 가고 사람과 TV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디지털케이블TV

요술TV 시대를 연 주역들은 디지털케이블TV'TV포털'IPTV라는 여러 가지 이름으로 시청자들에게 달려오고 있다. 이 가운데 대구디지털케이블TV는 2007년 1월 첫 상용화됐다. 전국 모든 케이블방송국들이 디지털케이블TV라는 공동사업을 진행했고, 대구에서는 수성구동구케이블방송부터 서비스를 도입한 것. 수도권에서 먼저 시작해 지난달 31일 전국 100만가구 가입을 돌파한 디지털케이블TV는 대구 전역 서비스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올 초 북구, 4월1일 중'남구에 이어 올해 안으로 서구'달서구가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기 때문이다.

디지털케이블TV가 부리는 요술은 수백개까지 무한 확대 가능한 채널 수에서 나온다. 아날로그로는 한 채널밖에 수용할 수 없는 주파수 대역에 5,6개의 디지털 채널을 압축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시청자들을 위한 맞춤 방송 개발이 끝없이 가능하고 아날로그와 비교할 수 없는 디지털만의 고화질, 고음질이 시청의 즐거움을 더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금까지 대구에서 디지털케이블TV 가입자 수는 1만명 안팎에 이르며, 일반 가입자들이 30~70개 채널을 즐기는 것과 달리 무려 170개 채널을 시청한다. 단지 채널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서비스가 달라진다. TV 일방향

에서 TV와 사람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 흐름이 완전히 바뀌는 것.

디지털TV의 쌍방향 특성은 VOD(주문형 비디오)와 데이터방송에서 가장 잘 나타난다.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교육 등 1만개가 훨씬 넘는 콘텐츠로 가득한 VOD 채널은 실시간 방송이나 영화관에서 아깝게 놓친 프로그램들을 내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비디오처럼 빨리 감기, 되감기 기능이 있어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날씨'은행'게임'증권'건강 등 온갖 생활 정보로 가득한 데이터 방송 또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움직이는 화면이 아니라 정지된 화면을 의미하는 데이터 방송은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는 채널을 비롯, 구청 홈페이지와 연계해 TV를 보며 민원을 처리하는 채널까지 갈수록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수성구동구케이블방송 서보익 방송사업팀 차장은 "대구은행을 비롯한 6개 은행과 국내 주요 증권사 사이트와 연계해 마치 폰뱅킹처럼 거래하는 티 뱅킹 또한 데이터 방송의 영역"이라며 "VOD'데이터 방송 외에도 모두 1만1천곡을 업데이트한 티 노래방이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TV포털과 IPTV

케이블방송국들이 연합해 디지털케이블TV를 개발한 배경에는 IPTV라 불리는 '괴물'이 있다. IPTV의 IP는 인터넷 프로토콜의 줄임말로 TV와 인터넷이 결합한 것.

골프대회를 본다고 가정해보자. 최경주나 타이거우즈는 알겠는데 필 미켈슨(미국)이나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선수들은 조금 낯설다. IPTV라면 TV에서 선수들의 프로필을 소개할 때까지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같은 화면 안의 인터넷에 접속해 모르는 선수들의 경력을 바로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스포츠 경기나 드라마, 영화 또한 마찬가지. 내가 궁금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 파악하며 실시간 방송도 즐길 수 있는 뉴 미디어가 바로 IPTV다.

하지만 국내 IPTV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06년 하나TV, 2007년 메가TV라는 이름을 달고 출현한 뉴미디어들은 실시간 방송이 되지 않는 반쪽 IPTV다. 스포츠'드라마'영화 등 1만개에 가까운 콘텐츠를 보유하고는 있지만 방송채널과 결합하지 못해 컴퓨터 다운로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VOD 서비스가 전부로, 인터넷포털사이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로 TV포털이라 불린다.

그러나 TV포털의 급성장 또한 시간 문제다. 지난해 말 IPTV법이 국회에 통과되면서 늦어도 5월쯤 실시간 방송 등과 관련한 세부 시행령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는 IPTV 시대에 대비해 PC를 TV수상기에 내장한 신제품 개발까지 모두 끝냈다. TV포털업계는 올 하반기 내에 IPTV가 상용화되면 올해 가입자만 250만명을 넘어서고 내년에는 3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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