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절대 안정의석을 달성하는 데는 실패했다. 대선에서의 압도적 표차의 승리 여세를 몰아 200석도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사실상 패배라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이 같은 총선 성적표는 강재섭 대표,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 정몽준 최고위원 등 당내 유력정치인들의 정치적 행보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강 대표는 "과반의석을 넘었으니 누가 뭐래도 한나라당의 승리"라며 애써 안도의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의원은 18대 국회를 원외에서 바라봐야 하는 초라한 처지로 전락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의 동작대전에서 승리, 차기주자로서의 발판 마련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의 다음 행보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행보와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다.
강 대표는 당분간 야인생활을 할 채비를 차리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가 제기한 공천책임론의 화살을 총선 불출마로 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당 안팎에서는 강 대표가 총선 내내 전국을 순회하면서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총선결과에 대해서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어정쩡한 상태에 처하게 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는 향후 행보와 관련 "세월을 낚으러 떠나겠다"면서도 "무엇을 할지는 아직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선과 대선, 총선까지 성공적으로 관리한 대표로 역사적 소명을 다하고 명예롭게 물러나게 돼서 다행"이라며 "이 부분만큼은 평가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지금은 물러나지만 다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그는 박 전 대표의 반대편에 서기보다는 언제든지 손을 잡겠다는 자세다. 자신의 측근들을 원내에 진출시켰지만 홀로서기는 여전히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실세였지만 권력무상의 세월을 견디는 것 외의 다른 선택이 없다. 당내외에 광범위하게 확산돼있는 '반(反)이재오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의 한 측근은 "당분간 쉬는 일 말고는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친이 측으로서는 이 의원과 이방호 사무총장이 원내진입에 실패함에 따라 정두언 의원 등이 주도하는 집단지도체제 방식의 계파관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그 과정에서 그의 배후 조정력은 남아있겠지만 그 강도는 급격히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가 이 같은 원외의 한계를 절감하고 재·보선을 통해 원내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당장 다가온 전당대회에서는 당권후보로 나설 대리인을 물색하고 있다.
서울진입에 성공한 정 최고위원이 당권 도전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나섬에 따라 이 의원과 정 최고위원이 합종연횡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이번 총선이 6선고지 등정이나 서울 입성이라는 의미보다 한나라당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무사 적응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더 내세우고 있다. 그는 자신을 박 전 대표의 대항마로 부각시키면서 친이 측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정 최고위원의 속셈과 친이 측의 계산이 맞아떨어진다면 정 최고위원이 당의 간판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는 '이방인'이나 '전문경영인' 신세를 면치는 못할 것 같다. 주류인 '친이'와는 가깝지만 자기 지분이나 세력은 전무한데다 비주류 수장인 박 전 대표와 맞설 수 있는 정치적 파워는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란 것이 정치권의 일치된 관측이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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