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은 목표 의석이었던 개헌 저지선(100석)에 훨씬 못미침으로써 총선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당내 각 계파간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게다가 손학규 공동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후보, 김근태 의원 등 당내 계파 보스들인 간판급 인사들이 줄줄이 낙선함으로써 당내 역학구도 재편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구 민주당 측의 경우 박상천 공동대표가 당선되는 등 지지기반이었던 호남권에서 건재함을 재확인, 당내 위상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7월초 이전까지로 예정돼 있는 전당 대회가 조기에 개최될 수 있으며,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대통합민주신당 측과 구 민주당 측 간, 혹은 당내 계파 보스들 간에 치열해질 것이다.
우선 후보공천 과정 및 총선을 거치면서 최대 계파였던 정 전 후보 계와 김근태 의원 계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됨으로써 당내 역학구도는 구심점 약화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손 대표도 지도부 인책론에 휩싸일 수 있으나 대선 직후 거의 '정치적 파산' 상태에 처했던 당을 그나마 살려냈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당권 재도전 등 재기를 모색할 것이다. 그러나 손 대표가 서울 종로에서 떨어졌고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수도권의 386 의원들까지 대거 낙선함으로써 당내 입지는 이전보다 약화될 것이며, 손 대표 체제에 맞서왔던 계파 측으로부터 2선 퇴진 공세에 시달릴 전망이다.
이처럼 당내 간판급 실세들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총선을 통해 4년 만에 원내 복귀한 추미애 전 의원과 정세균 공동선대위원장, 한명숙 의원 등이 차기 당권 도전에 뛰어들 수 있다. 또한 목포에서 무소속 출마, 당선된 박지원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꼽히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민주당 복당 여부가 당내 역학구도 재편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81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과반의석을 확보한 한나라당을 견제할 수 있는 현실적 힘을 갖춘 야당이 되기 위해서는 몸집 불리기가 불가피하다. 호남권 등의 일부 무소속 당선자들의 영입이 운위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영입 작업과 함께 민주노동당이나 창조한국당 등과 여당 견제를 위한 야권 연대도 모색할 수 있다.
서봉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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