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쌍둥이

박완서의 장편소설 '도시의 흉년'은 배금주의에 물든 비정상적인 사회와 그로 인해 파생된 가족 구성원의 모순된 삶을 이란성 쌍둥이 남매 수연과 수빈을 중심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1979년 '문학사상'에 연재된 이 작품은 인간 세태와 남녀 차별이라는 모순된 사회 의식을 예리한 비판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밀도 있게 그려내 대중성을 확보한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한 번의 분만으로 태어난 두 아이를 쌍둥이라고 하는데 쌍둥이를 임신할 빈도는 80회 분만당 1회라고 한다. 하지만 지역이나 민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쌍둥이에 대한 습속이나 사회적 인식도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다. 길조로 여겨 반기는 사회가 있는가 하면 불길한 상징으로 인식해 멀리하는 곳도 있다. 아프리카 만다리족은 쌍생아의 탄생을 환영하는 데 반해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경우 일반적으로 쌍생아는 한 번에 많은 새끼를 낳는 동물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꺼린다. 일정 기간 격리시키는데 아이들이 마을로 돌아올 때에는 성대한 정화의식을 거행한다고 한다.

쌍둥이를 통해 유명해진 곳도 많다. 미국 클리블랜드시 근교의 트윈스빌(Twinsville)은 전 세계적으로 이름난 곳이다. 이 동네의 유명세는 1812년 모제스와 아론 윌콕스 형제에 의해 비롯됐다. 이 쌍둥이 형제는 죽을 때까지 한 마을에서 살았고 죽을 때도 같은 병으로 몇 시간 시차를 두고 죽었다고 한다. 이들을 기념해 동네 이름도 트윈스빌이라고 지어졌는데 매년 이 마을에서 성대한 쌍둥이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얼마 전 국내 TV에도 소개된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한 마을은 70쌍의 쌍둥이가 태어나 주목을 끌었다. 전남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 중촌마을은 1989년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쌍둥이 마을로 유명한 곳이다. 한때 최대 48쌍의 쌍둥이가 살았다고 한다.

한국 쌍둥이의 특성에 대한 국가차원의 연구조사 결과가 오늘 처음 공개됐다. 1천200여 명의 30세 이상 성인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출산율 감소에도 국내 쌍둥이 출생률은 계속 늘어나 현재 1천 명당 20명꼴로 쌍둥이가 태어나고 있다. 결코 작은 비율은 아니다. 그동안 인간 사회에서 쌍둥이의 의미와 상징성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었든 이제는 쌍둥이가 자연스러운 현상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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