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거리에서는 유명한 조각 작품을 쉽게 만날 수가 있습니다. 뉴욕 대학 앞에서도 그리고 패션 거리에서도 예술 작품을 심심찮게 만납니다.
맨해튼은 섬입니다. 이 섬을 들어오고 나가는 다리들은 모두 일곱 개. 100년째 그 아름다움을 지녀온 다리도 있습니다. 그 다리들 밑으로 흐르는 강은 시간과 함께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 우연히 한 조각의 시간이 났습니다.
집에 다녀오기는 빠듯해서 맨해튼의 남쪽 끝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 시포트로 갑니다.
지하철을 빠져나오면 바로 국가 기념 성당인 성삼위 성당 마당입니다. 그곳에도 '성삼위의 뿌리'(The Trinity Root)라는 제목으로 나무뿌리처럼 생긴 조각이 서 있습니다.
이 성당에는 9·11의 기념품들과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성당 바로 앞에서 월 스트리트로 걸어갑니다. 그리고 거대한 미국국기가 있는 빌딩을 지나 체이스 맨해튼 은행의 본점 앞 광장에 서 봅니다.
그 광장에는 드 뷔페(Jean Dubuffet)의 작품이 있습니다. 그 예술 작품은 돈을 만들어 내는 빌딩들 사이에 돈 바람에 맞서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록펠러 광장이라는 커다란 동판이 조각 밑에 있지만 예술가에 대한 설명은 어느 구석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돈이 작품보다 더 귀하게 여겨지는 곳 같습니다.
예술가들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뉴욕을 떠나고 있다고 말입니다. 첫째 이유는 미국의 경제 사정이고 둘째는 맨해튼에서 살아나기가 힘겨워서라고 합니다. 예술가들이 떠나는 뉴욕이라니 참 쓸쓸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소호 거리에서, 그린위치 빌리지에서 밀려나 첼시로 가던 그들, 그들을 따라 화랑가도 움직였습니다. 그곳 첼시도 맨해튼이라 동강을 건너 브룩클린에서 진을 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강을 건너가서도 살기가 빡빡해졌는지 이들은 다시 유럽으로 건너간다 합니다. 지난 60여년, 뉴욕으로 몰려오던 아티스트들, 그들의 꿈은 어디에서 이룰 수 있을까요? 미국의 경제가 내리막으로 가면서 재정은 영국으로 가고 예술은 프랑스로 간다고 걱정을 합니다.
아직도 세계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증권가 월 스트리트에 서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손에 든 우리는 "별 걱정을 다 하고 있다"며 웃습니다.
봄바람이 제법 훈훈하게 빌딩 사이를 오가며 불고 있습니다.
백영희 시인·뉴욕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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