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10일 핫코일을 비롯해 주요 제품 가격을 다음주부터 일제히 인상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철강 수요업체들로서는 즉각적인 '원가 상승' 부담을 안게 됐다.
포스코의 가격 인상은 지난 1월 한차례 단행된데 이어 두번째다. 다만 지난 1월에는 t당 6만원 수준의 인상이었지만 이번에는 t당 12만원 가량으로 지난 1월보다 인상폭이 2배에 달한다.
다른 원자재값 상승과 함께 재료비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제품 가격의 인상이 현실화됨에 따라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를 비롯해 기계·금속, 전자, 건설 등 주요 수요업체들은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50여가지 품목에 대해 집중관리키로 하는 등 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잠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던 소비자 가격 상승세가 재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울상
열연강판 가격인상은 자동차 등에 많이 들어가는 냉연강판과 조선용 후판가격 인상을 필수적으로 동반한다. 냉연이나 후판의 원자재가 열연강판이기 때문. 포스코에 따르면 조선산업은 철강제품의 원가 비중이 15% 가량, 자동차는 5% 가량으로 알려져 있어 철판값 인상은 곧 선박 건조비용과 완성차 소비자가 인상의 직접요인임에 틀림없다.
자동차의 경우 승용차 1대에 보통 1t 정도의 철판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1대당 최소 12만원의 가격인상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제조업체들의 설명이다.
다만 일부 차종을 제외하면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어서 완성차 업계는 '언제부터 오른 철판값을 차값에 반영할까'를 두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완성차업체들이 최근의 원자재난을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차량값 인상을 검토하지 않겠느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지역 차부품업체들은 차 가격을 올리고도 판매가 부진하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달 평균 7천t의 철강을 사용하는 경북 영천의 한 자동차부품업체는 포스코가 가격을 인상함에 따라 한달 8억4천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이 업체 관계자는 "완성차업체로부터 원가 인상분에 대한 납품가 인상 여부를 아직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원가절감 노력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대구 성서공단 한 자동차부품업체 관계자는 "차 값이 비싸지면 경쟁력이 떨어지면 판매가 주춤할 수밖에 없다"면서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앞으로 완성차업체 뿐만 아니라 지역 차부품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털어놨다.
◆가전·식품 등도 타격
TV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에도 철강제품들이 들어간다. 양은 많지 않지만 고급강이 소요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의외로 크다. 따라서 철강재 가격인상은 전기·전자업계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통조림 깡통 등이 필요한 식료품 가격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재 가격인상은 국내 모든 산업과 제품의 가격책정에 영향을 끼치는 탓에 올들어 이어지고 있는 철강원자재가 상승은 우리 산업 전반에 걱정거리가 될 전망이다.
◆건설업계 비상
특히 건설업계는 죽을 맛이다. P건설사 한 임원은 "지난해 이후 아파트 분양가는 제자리 걸음을 하면서도 분양부진에 허덕이고 있고, 토목사업은 과당경쟁으로 저가수주가 만연하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계속된 고철값 폭등으로 철근, H빔 등 주요 자재값이 덩달아 크게 올랐는데 또다시 철강재품 가격이 폭등하면 일손놓는 편이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건설용 철강제품을 많이 생산하는 동국제강과 현대제철 등은 조만간 철근값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말을 흘리고 있다.
현재 t당 74만원 선인 철근은 조만간 85만원 선으로 오를 것이라는 설이 파다한데 이렇게 되면 철근값만 따져도 아파트 3.3㎡당 13만원의 분양가 인상요인이 된다는 보고서까지 나도는 상황이다.
◆대책이 없다
철강 원부자재 값이 폭등하는데도 우리 정부나 업계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문제. 고철 일부를 빼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품목들인데다 국제적 품귀현상을 빚어 그나마 인상폭이 줄어들기만 바라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지난해 이후 계속되는 인상추세가 전혀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 골칫거리다.
포스코 관계자는 "원자재가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반영하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며 "철강사들의 이문을 줄이더라도 국가경쟁력 확보에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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