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의 실마리는 반드시 현장에 있습니다. 끈질기게 파고들다 보면 언젠가는 범인들이 붙잡히게 마련입니다."
칠곡경찰서 수사과 서영일 강력팀장(52·경위). 지난 3일 칠곡과 경주 등 2개소에서 기업형 송유관 기름절도 현장을 적발하고 모두 12명의 범인들을 붙잡았다.
서 팀장은 "이번 송유관 절도사건을 해결하는데 걸린 시일이 3개월이 훨씬 넘는다"며 "특히 범인들이 칠곡 지천과 경주 외동 등 두 곳의 사건현장을 넘나들며 벌인 범행의 수법이 지능적이어서 단서 찾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23일 오후8시쯤 첫 번째 범행장소인 칠곡 지천면 용산리 농가창고 밑을 지나는 송유관에서 기름절도 행각을 벌이다 범인들의 부주의로 화재가 발생했다.
서 팀장은 초동수사 결과 단순 화재로 파악했으나 조사과정에서 농가창고 밑으로 송유관이 매설돼 있고 화재의 유형으로 볼때 100% 기름 절도사건임을 알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던 것.
"범인들이 농가창고 주인과 임대계약을 하면서 임대자를 유령의 인물인 제3자를 내세우는 바람에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사건해결의 단초는 범인들이 화재 발생 당일까지 범행장소인 칠곡 지천 기지국 일대에서 사용한 휴대전화. 서 팀장은 범인들이 명의자가 불명확한 11대의 대포폰과 각종 대포차량을 범행에 사용한 것을 밝혀내고 수사의 실마리를 서서히 풀어나갔다.
특히 대포폰과 연결된 수백여 차례의 통화사실 조사에서 제2의 범행장소인 경주 외동 기지국 일대 지역과의 통화량이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캐내고 12명의 강력반 형사 전원을 투입하는 등 수사에 올인했다.
범인들은 송유관과 인접한 모텔을 아예 통째로 임대한 뒤, 모텔 지하주차장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5개월간 시가 70억원어치 상당의 기름 432만ℓ를 훔치는 대담성을 보였다.
서 팀장은 "이들은 비중계를 이용해 값비싼 휘발유를 골라내고, 청진기로 송유관의 기름이송 여부를 파악하고, 압력계로 감시시스템을 피해나가는 등 고도의 지능적 범행을 저질러온 사실이 드러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서 팀장은 지난 1982년 경찰에 투신해 칠곡경찰서를 비롯해 일선에서 26년동안 주로 수사형사로 잔뼈가 굵을 정도로 알아주는 베테랑 경찰관이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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