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9일에 실시된 제18대 총선은 46.0%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이는 총선 사상은 물론 역대 전국선거(대선, 총선, 지방선거)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투표율의 하락 폭도 매우 컸다. 2004년 제17대 총선의 60.6%에 비해 무려 14.6%나 떨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율 저하를 우려해서 투표를 독려하는 방송광고를 하고, 투표를 한 사람에게는 국공립시설의 할인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제를 실시하였음에도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 이번 선거가 얼마나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방관 가운데서 치러졌는지 실감하게 된다.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는 주권자인 국민은 직접 국가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우리의 대표를 선출해서 그 대표에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다. 그 대표를 선출하는 행위가 바로 선거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참여는 주권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주권행사의 기회를 이번에는 반 이상이나 포기하였다.
두명 중 한명도 투표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출된 대표들은 그 대표성에도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당선된 자는 50% 정도의 득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유권자의 1/4 정도밖에 지지를 얻지 못하였다는 결과가 된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이 모인 국회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서도 그 정당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가해지지 않을 수 없다. 대의제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낮은 투표율을 가져오게 된 원인은 다음의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유권자를 투표장에 끌어들일 대형 이슈가 없었다는 점이다. 2000년 총선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2004년 총선에서는 대통령 탄핵문제가 선거의 주요한 이슈가 되어 유권자들의 찬반의견 대립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반도 대운하'마저 한나라당이 선거공약에서 제외시켰고, 그나마 여야당에 의해 제기되었던 '안정론'과 '견제론'으로는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천과정에서의 파벌싸움과 파워게임도 선거이탈을 부추겼다. 유권자들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정치가들의 행태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이를 현실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이러한 가운데 유권자들에게는 '정치는 우리와 상관없는 정치가들만의 전유물'이라는 냉소적 심리가 작용을 하였고, 이것이 선거 불참여로 나타났다.
각 당의 공천이 늦어짐으로써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인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점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대구 서구에 출마한 후보들 가운데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직전에 공천을 받음으로써 자기 선거구에서 투표도 하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후보자 간 TV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도 투표율 하락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2004년 총선부터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가 폐지됨으로써 유권자가 후보자를 비교 판단할 수 있는 기회는 TV토론이 유일하였다. 그런데 많은 지역구에서 유력 후보들이 토론회 참여를 거부함으로써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의 낮은 투표율이 이번만의 이례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50% 이하의 투표율이 계속된다면 민주주의는 그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 하루빨리 타개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투표율 저하를 가져온 원인에 비춰볼 때,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제도적 개선을 통한 투표율 제고 노력이다. 공천시기를 선거일 30일 전, 60일 전과 같이 법으로 명시하고, TV토론 참여를 법으로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후보에 대한 인지와 비교 관찰의 기회는 확대될 수 있다. 이외에도 유권자들이 편리하고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인터넷을 이용한 전자투표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방안이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표참여의 중요성에 대한 유권자 자신의 자각이다. 선거는 공동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주요한 수단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참여에 의해 의사가 결정될 때, 그 공동체는 원활히 작동될 수 있다. 따라서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작지만 중요한 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세현 경북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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