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의 親李 '잔인한 4월'

朴風 위력에 놀라…"어떤 색깔 내야하나" 고민

4·9 총선 결과 대구경북에서 친박 인사들의 대거 당선으로 이른바 친박정서가 현실로 확인되면서 한나라당내 친이 측 의원들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이제 대구경북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를 등지고서는 정치를 할 수 없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 27명 당선자 중 친이 성향은 이상득(포항 남·울릉) 의원을 비롯해 5명에 불과했다. 당내 경선에서 친이 대열에 섰던 의원들은 10명이 넘었으나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반토막이 될 정도로 박풍의 위력은 대단했다.

반면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했던 친박 의원들뿐만 아니라 탈당해 무소속 또는 친박연대 간판으로 출마한 친박 출마자들이 모두 생환했다. 그 결과 대구경북에서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더욱 커졌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은 "앞으로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계속하려면 친박이 아니면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친이로 활동했던 대구경북 당선자들은 친이계에 계속 남아있어야 할지, 친박 표방은 아니라도 이와 유사한 색깔을 내야 할지를 놓고 고민중이다. 친이 당선자들은 이런 고민을 "앞으로 대구경북의 차기 대권은 박 전 대표이고, 당연히 도와야 한다"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있다. 차기 당권을 두고 친이 대 친박 간 대결이 재연될 경우 이들은 더 큰 고민에 빠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활동했던 주호영(수성을) 당선자는 "향후 정치 상황의 변수가 많아서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박 전 대표가 차기 대권주자로 가장 유력하니까 대구에서는 (박 전 대표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규(북갑) 당선자는 "이번 총선에서 박 전 대표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며 "차기 대권주자는 박 전 대표가 제일 유력하고 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돕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과 박근혜 중 이명박이 대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차기 대권과 관련해서는 또 다른 선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정치신인들도 박 전 대표의 위력에 놀라며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고민에 들어갔다.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배영식 당선자는 "중·남구에서도 박풍이 있더라"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직은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하지만 대선 당시 경북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한 김광원 도당위원장은 "박 전 대표의 힘은 인정하지만 이번 총선이 친이-친박 대결구도였다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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