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거는 여성을 부른다''선거로 남녀 차별 없애자''이번 선거는 우리 여성이 정치적 권리를 획득하는 첫 길이며 사회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는 서광이다'…. 어딘가 촌스런(?) 이 문구들은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 당시 국내 여성단체들이 여성 입후보자 당선을 위해 내걸었던 구호들이었다. 해방 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위한 초대 국회의원 선출을 앞두고 비로소 여성들이 참정권을 얻어 투표에 참여하게 됐던 바로 그 선거에서였다.
참정권은 주어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三從之道(삼종지도)니 남존여비 관념에 얽매여 있던 시절이었다. 소수의 개화된 여성들이 정부 수립에 여성도 한몫을 해야 한다며 선거에 뛰어들었다. 당시 여성 입후보자는 전국적으로 19명. 그 중엔 의사 출신인 대구의 김선인, 안동의 최금봉도 포함돼 있었다.
여자가 정치 운운한다는 것 자체가 '해괴한 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이라 이들의 도전은 높은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갖가지 방해공작이 잇따랐다. 여성 출마자들의 선거 홍보 간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구의 김선인 후보 선거사무소 경우 수십 차례 공격당했고 사퇴 종용에다 투표장에 나오면 사살하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까지 받았다. 결국 제헌국회는 전체 198명 중 여성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출범했다. 그러다 1949년 안동 보궐선거를 통해 임영신이 국회에 진출했고, 이어 제2대 국회에서는 박순천과 임영신이 의석을 차지했다.
제18대 총선에서 女風(여풍)이 드세게 불었다고들 한다. 299명 국회의원 중 여성은 모두 41명(14%). 15대 9명, 16대 16명, 17대 39명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받는 스타급 여성의원들도 부쩍 많아졌다. '여자가 무슨…'식의 편견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만족하기엔 한참 이르다. 여성의 정치'경제활동 참여 등을 지표화한 유엔개발계획(UNDP)의 2007년도 '여성권한척도'에 따르면 조사 대상 93개국 중 한국은 64위로 나타났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이 상위 30개국이 27.76%, 전체 평균이 18.47%인데 비해 한국은 13.4%에 그쳤다. 세계 13위 경제력에 어금버금할 수준이 되려면 여성의 국회 입성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과제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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