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 처음으로 동네 학교운동장에 갔다. 오후 11시가 넘었는데도 사람들이 몇 있다. 오랜만에 뛰기도 하고 날도 너무 더운지라 10바퀴만 뛰고 오려고 했는데 9바퀴 다 돌 무렵 뒤에서 뛰어오는 소리 들리더니 휑하니 나를 제쳐 지나간다. 아니 저 녀석이! 이내 그를 따라붙었다. 10m, 15m, 20m까지 벌어진다. 뛰는 폼이 엉성하기도 하고 한번 붙어보고 싶기도 해서 10바퀴째 돌면서 계획수정하고 그를 따라잡기로 했다. 11바퀴째 계속 20m 차이다. 그를 이기지 못하면 15바퀴는 돌자하고 목표치를 다시 수정했다. 12바퀴째 20m에서 15m로 좁혀지는가 싶더니만 내가 헉헉거린다. 13바퀴째 좀 더 벌어진다. 게다가 나는 더 헉헉거리고 가망이 없을 것 같아 15바퀴만은 돌자 하고 반바퀴만은 안 뒤져야겠다고 다짐한다. 14바퀴 중간쯤 가고 있는데 앞서가던 그의 모습이 약간 이상해진다. 몇m더 가더니 섰다. 그리고 걸어간다. 이게 웬 떡이냐! 15바퀴째 출발지점 조금 지나 거친 호흡을 하며 그를 제쳐 지나간다. 이겼다. 열심히 하면 하늘이 돕기는 돕는 모양이다. 2006년 8월 중순에
박영학(대구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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