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선자들의 복당문제로 한나라당 안팎이 어수선한 가운데 11일 강재섭 대표의 부친상을 계기로 '조문(弔問)정치'가 활짝 벌어졌다.
상주(喪主)인 강 대표와 친박계의 수장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후 처음으로 만났고 나경원 전 대변인 등 한나라당 내 강 대표 사람은 물론, 유승민 의원 등 당내 친박과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 홍사덕 당선자 등 당밖의 친박 당선자들도 대거 부친상 빈소인 경북대병원을 찾아 강 대표와 조우했다.
이들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문제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주된 화제는 지난 총선과 복당문제로 쏠렸다. 강 대표 부친상 빈소 조문을 통해 복당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시작한 셈이다.
이날 오후 8시 30분 친박 당선자들과의 만찬회동을 마친 박 전 대표가 조문을 위해 빈소에 도착하자 잠시 긴장감이 흘렀다. 박 전 대표는 조문을 마치고 "상심이 크시겠습니다"라고 말을 건넸고 이에 강 대표는 "감사합니다. 마무리되면 다시 뵙겠습니다"고 짤막하게 화답했다. 박 전 대표는 잠시 빈소에 머무르다가 자리에 앉지 않고 돌아갔다.
박 전 대표에 앞서 강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에 출마, 당선된 친박연대 홍사덕 전 의원이 조문했고 친박연대 서청원 대표와 친박계 좌장격인 김무성 의원 등도 조문대열에 합류했다. 또 박종근, 이해봉, 이인기, 김태환 의원 등 공천탈락후 '살아서 돌아온' 지역의원들도 한꺼번에 조문에 나섰고 한선교, 서병수, 정갑윤 의원 등 친박 의원들의 조문도 줄을 이었다.
강 대표와 이들의 만남은 처음에는 서먹서먹했지만 서청원 대표가 "상갓집에 와서는 소주라도 한 잔 해야지"라며 나선데다 김무성, 박종근, 이인기, 유승민 의원 등이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및 친박무소속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잡으면서 술잔을 주고받기 시작해 분위기는 누그러졌다. 강 대표에게는 "고생했는데 한 잔 하라"며 소주잔이 쏟아졌다.
강 대표는 "뭘 그렇게 세게 해서 우리 동네까지 싹쓸어버렸느냐"며 엄살을 부리듯 박종근 의원에게 말을 건넸고 이에 박 의원은 "이제 쉬어가면서 하시죠"라고 받았다.
이어 부산 사하갑의 한나라당 현기환 당선자가 김무성 의원에게 "형님이 날 떨어뜨리려고 엄호성 의원 지원을 위해 두 번이나 왔다"고 지적하자 강 대표는 "나를 욕하더니 자기도 갔구먼"이라고 되물었다. 이에 김 의원은 "강 대표는 내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당선되면 안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가시돋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서 대표가 "자자, 선거때 일은 다 무효야"라고 정리에 나섰고 강 대표도 "우리는 원래 한 편이잖아"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너무 빨리 강 대표를 만난 것 아니냐. 사실상 복당절차를 밟는 것 같다"고 묻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무성 의원은 "복당시켜줄 때까지 가지 않겠다"며 농담하면서 이날 밤 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며 빈소를 지켰다. 그는 밤늦게 내려온 인명진 윤리위원장과도 조우했다. 인 위원장은 "상가가 되니까 다 만나는구나. 합당했네, 뭐"라고 말하면서도 복당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오면 서로 싸워서 아무것도 안돼"라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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