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당 문제의 '복잡 방정식'

친박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친이를 중심으로 한 주류 측의 기득권, 차기 대권주자 간 또는 18대 국회 구성을 둘러싼 이해득실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친이 측, 강한 반발=이명박 대통령은 4·9 총선 결과에 대해 "총선에서 국민들이 과반의 지지를 한나라당에 보내줬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친박은 '잘못된 공천'이라고 했지만 이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정반대로 한나라당의 승리로 규정한 것.

강 대표도 11일 이 대통령과의 회동 뒤 "국민들이 정해준 의석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안 된다"고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다. 친이인 안상수 원내 대표는 "한나라당 입장에선 친박은 해당행위를 한 사람들"이라고 말했고, 친이의 홍준표 의원도 "공천 탈락 후 탈당하고 출마하는 것은 해당행위"라고 밝혔다.

친이들은 친박들의 입당을 무조건 허용할 경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세력화로 친이들이 주류에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당장 7월 예정된 전당대회는 차기 당권과 대권주자의 당내 입지까지 정해지는 중요 시기여서 친박들을 7월 전당대회 이전에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대권주자들, 이해득실 셈법=강 대표는 11일 한 중앙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아볼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은 이를 정계은퇴로 보지 않고 대권도전 의지를 더욱 다지는 것으로 해석했다.

강 대표는 친박들의 복당에 대해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대구경북이 정치기반일 수밖에 없는 강 대표가 친박들과 등을 질 이유는 없다. 자신의 대권가도 협력자로 어떤 형태로든 친박들을 설정해야 하기 때문. 강 대표는 당내 여론이 친박 복당 쪽에 기울 경우 자연스레 친박들의 복당을 추진할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낙선한 이재오 전 최고위원의 심경은 복잡하다. 이 전 최고위원은 친박 복당에 대해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11일 인터넷 홈피를 통해 "정치인의 길을 걸을 것이냐, 자연인의 길을 걸을 것이냐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친이의 구심점인 이 전 최고위원은 향후 여론을 지켜본 뒤 정치 행보를 재개할 것이라는 시각이 정치권에 지배적이다. 또 이 전 최고위원이 친박들의 복당을 강 건너 불구경하지는 않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친박들은 복당하자마자 표적공천의 장본인으로 지목한 이 전 최고위원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

정몽준 최고위원은 친박들의 복당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이다. 친박들의 당내 재진입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 당내 지지기반이 별로 없는 그가 당내 친박은 물론 복당 후의 친박들 미움을 살 이유 역시 없다. 오히려 정 최고위원은 향후 대권가도를 위해 세력화가 시급한 마당에서 친박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당 대 당 통합 "글쎄요"=친박연대는 당 대 당 통합을 바라고 있다. 친박연대의 의석 수는 14석. 이 중 비례대표가 8석이나 된다. 당 대 당 통합이 되어야만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당 대 당 통합에 대해선 절대 불가라는 방침이다. 공천에 불복한 인사들이 만든 당을 인정하는 자체가 한나라당 스스로 공천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라는 것.

당 대 당 통합을 할 경우 당직 국회직 등 줄줄이 딸려나올 요구조건들을 놓고 논의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 된다고 보고 있다.

친박들 사이에서는 조건 없는 복당을 요구한 마당에 당 대 당 통합 요구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시각도 있다.

◆복당 시기 "이게 속내"=주류 측은 18대 국회 구성 전 친박 복당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무소속 등의 선별 입당을 통해 18대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와 원내 지도부 등의 노른자위를 모두 차지하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친박들은 18대 국회 이전에 복당해 절대 안정 과반 확보로 국회를 장악해야 하고, 7월 전당대회에서 친박들의 영향력을 크게 해야 한다는 셈을 하고 있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