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를 보자]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번 주에는 촉촉하고 감성적인 일본 러브스토리를 한편 관람하시는 것이 어떨지.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년 작)은 2004년 부천영화제에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작품이다. 그러나 처음 소개될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워터 보이즈'의 귀여운 소년 쓰마부키 사토시를 제외하고는 감독도 배우도 낯선 작품이었다. 그러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많은 팬들이 이 영화의 매력에 빠졌다.

이 영화는 희한하게 국내에 세번이나 개봉되는 진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4년 10월 29일 전국 5개 스크린에서 개봉해 3개월 이상의 장기상영으로 4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으며, 개봉 1주년을 맞은 이듬해 10월 재개봉으로 6천명이 넘는 관객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들였고, 2006년에는 개봉 2주년을 맞아 다시 스크린에 상영됐다. 두번 세번 관람하는 관객이 많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평범한 대학생과 다리가 불편한 소녀와의 귀엽고도 애달픈 연애 이야기다.

쓰네오(쓰마부키 사토시)는 심야 마작 게임방의 아르바이트 대학생. 최근 그곳의 화제는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하는 할머니의 이야기다. 그 안에는 거액의 돈이 들었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마약이 들었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어느 날 새벽 쓰네오는 언덕길을 달려 내려오는 유모차와 마주친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안에는 한 소녀가 있었다. 다리가 불편해 걷지 못하는 손녀를 할머니가 산책시키고 있었던 것. 그것이 쓰네오와 조제의 첫 만남이었다.

조제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에서 따온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그리고 호랑이는 조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동물이고, 물고기는 환상 속에서 자신을 투영한 존재다.

사랑을 둘러싼 잔잔한 일상과 섬세한 감정의 변화를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흔한 사랑이야기를 뛰어넘어 훌륭한 성장영화로 승화된 작품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깊이 있고 절제된 연출과, 두주인공의 뛰어난 연기가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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