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단은 지금 변신 중…<상>대구 염색공단

친환경공단으로 거듭한 대구염색공단 전경
친환경공단으로 거듭한 대구염색공단 전경

개발시대에 공단들이 대거 조성됐지만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해야 하고 변하는 공단들이 더 큰 실적을 내고 있다. 변신에 성공한 국내외 공단을 점검해본다.

대구염색공단이 전국 공단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한때 전국 최대 오염공단으로 악명을 떨쳤지만 지금은 전국 공단 벤치마킹 1호가 될 정도로 친환경공단이 됐다. 그러다 보니 바이어들이 몰리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여기에는 이대로 가다가는 공멸한다는 공단과 입주업체들의 자각 및 대구시의 지원 등이 뒷받침됐다. 염색은 사용되는 염료와 가공제 중 일부가 폐수에 남고 유해가스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 제대로 관리가 안되면 오염이 심각할 수밖에 없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친환경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례를 대구염색공단이 제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공단으로 탈바꿈

대구 서구 비산동에 위치한 대구염색공단. 서부소방에서 비산교로 들어서면 대형 아치가 염색공단임을 알려준다. 열병합발전소와 한국염색기술연구소로 가는 동안 벽에는 온갖 색채가 칠해져 있다. 도로 오른쪽 달서천 옆 개나리와 조화를 이룬다. 비산교 난간에도 보라색과 녹색 바탕에 알파벳이 그려져 있다. 비산교를 지나면 공장들이 나타난다. 공장 벽도 화려한 색으로 치장했다. 물결모양, 벌과 꽃 그림 등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이 길은 '색동길'이다. 길 이름처럼 모든 공장이 색동옷으로 갈아입었다. 곳곳에 설치된 입간판은 깔끔하고 공장을 찾기 쉽게 해준다.

염색공단은 지난 1979년 상습침수지역 농경지 위에 건립됐다. 3공단 샛강물과 달서천, 이현천이 합류돼 금호강으로 유입되고 악명높았던 분뇨처리장과 쓰레기매립장이 위치해 경부고속도로에서 악취가 나면 대구에 왔다는 우스갯소리는 이젠 옛말이 됐다.

염색업체 120개가 입주해 세계 최대의 염색공단으로 성장했으며, 하루 8만5천t의 염색폐수를 종합정화처리해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COD를 30ppm 이하로 처리한 후 달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해 재처리 후 평균 10ppm 이하로 금호강에 방류시킨다. 이곳의 환경기준치는 80ppm. 오염이 심할 땐 200ppm이 넘었다. 수질관리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 가능하다. 금호강에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환경을 보존시켜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금호강·낙동강 오염의 주범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오염 사건 직후 금호강, 낙동강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염색공단의 비밀 배출구가 폭로됐다. 부산의 환경단체들이 염색공단과 주변 샛강을 조사하고 방류수를 분석한 결과, 폐수처리장이 정상가동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폐수무단방류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염색공단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권 주민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대구시와 환경청은 염색공단 폐수 감시에 나섰고 시민단체와 환경단체들은 염색공단을 연일 규탄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이 1991년 3월 실시한 금호강 수질 측정 결과에 따르면 강 상류인 제2아양교 지점의 BOD는 12.7ppm인 반면 염색공단 하류지점인 강창교에서는 60.7ppm으로 나타났다. 금호강이 염색공단 때문에 물고기도 살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간다는 여론은 대구염색공단 폐쇄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급기야 염색공단은 폐수처리를 정상적으로 할 때까지 무기한 부제 조업을 결의했다. 1991년 4월 공단 임시총회 의결로 4월 25일부터 7부제가 시행됐다. 그러나 7부제 조업 후에도 공단의 폐수는 기대만큼 나아지지 못했고 대구지방환경청에서는 염색공단의 전면 조업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리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았다. 대구섬유업계는 바이어가 인도네시아 등으로 발길을 돌리는가 하면 염색가공을 제때 못해 연쇄도산의 공멸 위기로 치달았다.

◆시련을 넘어서

1992년 3월 대구염색공단 정기총회에서 함정웅 이사장이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함 이사장은 폐수처리장에 살다시피 하면서 수질 개선에 온힘을 기울였다. 5개월 만에 폐수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수질은 환경기준치 이하인 90ppm으로 떨어졌다. 급한 불은 껐지만 시설정비보완이 필요했다. 그 뒤 1996년 하루 처리능력 7만t 규모의 폐수처리장이 준공되면서 수질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고통을 참으면서 친환경공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염색공단의 명물인 열병합발전소는 염색공단을 한층 더 친환경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다. 2004년 7월 우리나라 최초로 준공된 친환경·최첨단 열병합발전소는 기존 단지는 물론 2차단지 20개 염색공장들이 스팀을 공급받을 수 있게 돼 연간 200억원의 혜택을 보고 있다. 폐수처리 부담액을 열병합발전소가 상쇄함에 따라 입주업체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게 됐다.

또 염색가공산업은 물을 적게 쓰고 또 적게 오염시키는 친환경적 산업으로의 변신과 고도의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염색공단에서 신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한국염색기술연구소가 지난 1997년 설립돼 친환경적 염색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공단이 친환경공단으로 탈바꿈함에 따라 7천여명의 종업원들의 생산성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

◆앞으로는

일본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도심에도 수많은 염색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염색공단은 앞으로 공단을 컬러풀하게 만들어 전국 공단이 벤치마킹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염색공단을 가로지르는 달서천은 서울의 청계천처럼 꾸밀 계획이다. 가족들이 소풍을 올 수 있고 시민들이 산책할 수 있도록 환경을 바꾼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이 염색공장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함정웅 염색공단 이사장은 "염색공단이 환경친화적인 청정염색기술을 꾸준히 개발하겠다"면서 "활력이 넘치는 좋은 환경의 염색테크노파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