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첫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선진화'를 목표로 한 국정운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4·9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한 데 따른 자신감이다.
자신감은 "현실 정치의 '잡다한' 문제는 당이 책임지고 해야 한다"는 말과, 친이-친박 논란 등에 대해 "국내의 '사소한' 문제"라고 규정한 데서 묻어난다. 총선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153석을 얻고 특히 수도권에서 승리한 것은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사건'으로 '대통령 이명박'이 일 할 수 있도록 밀어준 셈이니 이제 국내 정치로 왈가왈부 말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제 나의 정치 경쟁자는 (국내에) 없다. 외국 지도자가 경쟁자다"라는 말은 압권이다. 이미 대통령이 돼 다시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도 아닌 만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비교할 계제(階梯)가 아니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는 풀이다.
총선 결과와 관련해 "어느 누구에게 일방적 승리도 일방적 패배도 아니다.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라 평가한 대목에는 '박 전 대표의 승리'라는 일각의 관측을 인정할 수 없다는 기본 인식이 배어 있는 듯하다. '경제 살리기'란 명분을 갖고 국정을 운영하면 박 전 대표의 협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내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친박'은 있을지 몰라도 '친이'는 없다"고 잘랐다. '친박연대' 복당 문제를 놓고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복당을 요구하고 있는 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 확대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의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친박연대 등 친박계 인사들은 비판적이다. 이틀 전에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조기 전당대회에 반대하는 등 당무에 관여해 놓고 복당 문제 등을 '당에서 알아서 할 사소한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는 반응들이다. 친이가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이들 인사들은 "친이가 있다는 것은 엄연한 당의 현실인데 이 대통령만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와 '일류 선진 국가'를 명분으로 당내 문제를 사소하게 보고 있지만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당으로선 순탄치만은 않을 듯하다. 전대 이전에 친박계 인사가 복당하느냐 않느냐는 당권의 향배와 직결되기 때문에 박 전 대표와 그의 추종자들이 친이계의 독주를 그냥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매달려 역사적으로 잘 된 일이 없다"고 말하는 등 세계를 향한 '큰 행보'를 거듭 제시하고 있어 박 전 대표나 친박계를 끌어안기 위해 이 대통령이 직접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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