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한국 라면

1963년, '라면'이 우리나라에 처음 등장했을 때 굉장한 선풍을 불러일으켰었다. 닭고기 수프로 맛을 낸 꼬불 라면은 한마디로 '세상에 이런 맛이!'였다. 군것질거리가 신통찮았던 그 시절에 아이들은 생라면을 포켓에 넣어다니며 먹곤 했다. 라면을 뻥튀기한 1970년대의'뽀빠이'는 최고의 인기 과자였다.

국내에 라면이 등장한 지 반세기가 가깝지만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아니, 라면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 만큼 한국인의 확실한 생활필수품이 됐다. 생필품값이 오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사재기 인파로 맨 먼저 동나 버리는 것도 라면이다.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일본의 안도 모모후쿠 닛신(日淸) 식품 창업자가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초 당시 제일생명 전중윤 회장이 꿀꿀이죽을 먹으려고 줄 선 사람들을 보고 식량난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삼양라면을 만들어낸 것이 시초다.

세계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된 라면만도 978억7천만 개라 한다. 지구촌 1인당 14.8개를 먹은 셈이다. 이 중 한국 라면은 특유의 매콤하고도 다양한 맛으로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다. 일본이 석권하던 세계 시장에서 한국 라면기업이 메이저 기업으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지난 8, 9일 일본 오사카에서는 WINA 주최 '세계 라면 서밋(정상회의)'이 열렸다. 안도 모모후쿠의 라면 개발 50주년 기념 행사기도 했다. 전 세계적 식량부족 문제를 주제로 다루었고 '인스턴트 라면의 地球食(지구식) 선언'도 채택됐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체류 중인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가져간 우주식품에도 라면이 포함돼 있다. 유리 가가린의 인류 사상 첫 우주비행 기념 만찬에 한국음식을 선보였다는 이씨는 "김치와 라면, 고추장의 인기가 매우 좋았다"고 말했다. 미국'러시아의 전유물인 우주식품시장에 정읍 방사선과학연구소가 도전장을 낸 뒤 전문연구원 10여 명이 5년 가까이 매달린 끝에 일궈낸 개가다. 김치'고추장과 달리 라면의 경우 지구에서 100℃에서 끓는 것을 우주에서 낼 수 있는 최고온도인 70℃에서 익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하루에도 수십번씩 삶았다고 한다. 우주로 날아간 한국 라면의 우주식품 시장 선점을 기대해 본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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