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비내리는 범어네거리를 걷는다. 거리는 마치 봄빛 너울의 무도회장 같다. 하늘로 치솟은 아파트군림, 빼곡히 들어선 그 골목길 사이로 춤사위가 이어지는 것 같다. 좁고 답답하다. 간판과 현수막 등이 현란하다 못해 너무 어지럽다. 일상의 편리와 아름다움을 안겨 주는 도시 거리를 떠올린다.
행정의 능률가치인 생활의 편리와 미적가치로서의 아름다움, 이 두 축을 동시에 아우르는 행정이 곧 공공디자인이요 도시디자인이다. 대구시는 그 기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대구가 지니고 있는 환경적인 요소는 도시디자인 하기에 적합한가. 우선 점검하고 진단해 보면서 디자인 대구에 대한 자신감을 확보해 나가보자.
먼저 대구는 내부의 강점이 많다. 풍부한 도심 녹지와 일정 유량의 신천 그리고 다양한 예술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공공디자인 하기에 매우 유리한 인프라들이다.
오랜 역사와 규모를 가진 대구는 공간적으로 소위 전통적인 성내(城內)지역이라 할 도시핵과 광역화되면서 신개발 된 주변지역으로 구분된다. 주변지역에 비하여 성내지역은 지역별로 누적된 유무형의 지역문화를 지니고 있다. 중앙로와 동성로를 대구를 상징하는 패션거리로 이해한다면 봉산거리는 예술의 거리라고 할 수 있고 계산골목은 이미 약전거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소위 대구 문화를 형성하는 실핏줄과 같은 지역들이다. 이 모든 것들은 대구시민들이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들이다.
둘째,약점도 없지 않다. 공공디자인은 미적 기반위에 설계되는 행정이요, 지역 또는 도시문화의 재조형이다. 공공디자인(도시디자인)은 포괄적으로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도시공간을 재발견하고 재설계하는 장기적인 사업이다. 도시거리와 건축물 그리고 이정표와 가로수는 물론 각종 간판이나 현수막 등 생활 속에 깊숙하게 들어선 인공물을 미적 시각에서 정비하고 재개발하는 일을 말한다. 대구는 기존의 도심에 덧칠과 개발의 과부하로 형성된 산만함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온갖 무절제한 지상물들과 도로의 기능과 정서적 특성을 잘 살려내지 못하는 획일화 된 가로수들 그리고 골목마다 통행이 어려울 정도로 들어선 주차선, 거리를 침범하고 있는 호객 표시판 등은 대구디자인의 내부적 장애물이 되기에 충분하다.
셋째,외적 기회도 우호적이다. 'Colorful Daegu'는 이미 세련된 대구브랜드로 정착되어 가고 있으며 디자인 도시로서 한걸음 들어선 느낌이 앞선다. 정부는 '디자인 코리아'로 명명하였고 서울시 역시 세계디자인 수도로 인정되었다. 이러한 공공디자인에 관한 관심은 이미 선진 국가들의 공통된 추세가 되고 있다. 특히 대구는 동성로가 대구읍성의 중심지역으로 역사적 숨결과 현대생활의 편리가 함께 어우러진 거리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은 대구디자인에 견인적인 힘을 불어넣어 줄 호기임에 틀림이 없다.
넷째,위협요소도 다소 존재함을 경계해야 한다. 디자인이 오로지 선(善)인 것만은 아니다. 모든 가치가 그 속에 녹아내릴 것으로 속단하거나 그것으로 시민행정을 도료해서는 안된다. 더욱이 디자인을 포장한 행정획일주의나 고전의 재현에 매달리는 것도 경계하여야 할 요소들이다. 무엇보다 정치사회적으로 장기간 침체되고 주목을 잃은 대구 경북지역 정서와 이미 둔감해진 소극적인 시민의식이야 말로 가장 큰 위협요소임을 자각해야 한다.
Colorful Daegu!를 지향하는 대구시는 주어진 인프라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대구시 전체를 권역별로 나누어 그 문화적 특성을 발견하고 시민 생활과 밀착된 거리와 골목 등 공간구조를 혁신적으로 재설계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거리와 골목 속의 가시물과 조형물을 표준화하고 개별화하는 과감한 결단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새로운 거리를 발견하고 거리 마다 숨어있는 신화를 살아있는 현재의 이야기와 축제로 구현해 내기 위하여 특별히 시민의 인내력 있는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리하여 능률과 편리 아름다움을 동시에 아우르는 도시공간, 생명기운이 솟아나는 도시거리를 창출해야 하는 것이다.
김정식/육군3사관학교 교수(예술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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