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권의 책] 호밀밭의 파수꾼

사람이 나이가 들고 성장한다는 것은 흔히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으로 말한다. 세상살이를 잘 모르는 사람을 철이 없는 어린아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이유 없는 반항, 불합리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냉소가 철없던 행동과 생각으로 느껴지면서 어느덧 우리는 나이를 먹어 가는 것이 아닐까?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를 단박에 세계적인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1951년 작·The Catcher in the Rye)은 거침없는 언어, 사회성 짙은 소재로 인해 발간되자마자 미국의 많은 학교에서 금서로 지정됨과 동시에 젊은이들을 열광케 했다. 1980년 존 레논의 암살범 마크 채프만이 암살 직후 "모든 사람들이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어야 한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암설범이 권한 책, 어떻게 생각하면 끔찍하다. 또 이 책은 영화 '컨스피러시', '에이미', '플레즌트 빌' 등에 직간접적으로 언급됐고, 사이먼과 가펑클, 오프스프링, 빌리 조엘 등 많은 뮤지션들이 '콜필드(책의 주인공) 신드롬'에 빠지게 만들었다.

이 작품은 16살 소년 홀든 콜필드의 정신적 방황과 갈등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뉴욕의 유복한 집안 출신인 홀든은 5과목 가운데 4과목에 낙제하고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학교에서 쫓겨난다. 퇴학을 당한 홀든은 크리스마스방학을 앞둔 토요일 밤 펜실베니아의 학교 기숙사를 떠나 뉴욕에서 며칠을 보낸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에서 2박3일간의 괴롭고 쓸쓸했던 경험을 독백으로 전해준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인간 존재의 공허함과 소외를 애써 무시하는 위선에 가득 찬 세상을 고발한다. 여기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겪었던 물질적 풍요와 정신적 결핍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깔려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홀든에게는 학교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모두 바보들의 세계이다. 깊은 마음의 얘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야 할 학교 기숙사는 겁주고 싸우는 공간이었고, 가정은 마음의 안식처가 아니라 숨어서 들어가거나 도망쳐야 할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게임의 법칙'을 가르치는 비인간적인 교과목이었다. 게임이란 경쟁을 통해 승패를 가리는 것인데, 역사가 게임이라면 처음부터 보잘 것 없는 쪽에 선 경우에도 게임이 될 수 있는지, 게임에서 진 약자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홀든은 세상에 의문을 던진다.

홀든에게 세계는 거짓과 위선, 불의와 폭력, 모순이 가득한 곳이었다. 엄격하고 무관심한 아버지와 날카로운 성격의 어머니, 옷차림으로 사람을 차별하는 교장, 유일하게 의지했던 앤톨리니 선생에게 겪는 '기분 나쁜 경험' 등은 홀든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냉소적인 반항아로 만든다. 그리고 세상은 다른 존재의 상처에 대해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센트럴 파크 남쪽에 있는 연못이 얼어붙으면 그곳에 살던 오리들은 어디로 가게 될지 누구 하나 관심을 갖지 않듯이.

그래서 홀든은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어 했다. "넓은 호밀밭에서 어린애들 수천 명이 있을 뿐 주위에 어른이라고는 나밖에 없는 거야. 그리고 난 아득한 절벽 옆에 서 있어.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 바보 같은 얘기라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내가 되고 싶은 건 그거야."

순수한 아이의 마음을 가진 홀든은 물질만능, 비인간, 속물근성으로 얼룩진 어른의 세계로부터 상처받은 나머지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신세가 된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1.존 레논의 암살범이 암살 직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말했던 이유는 무었일까?

2.청소년인 홀든은 뉴욕에서 술을 마시거나 창녀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탈선은 이해할 만한 행동인가?

3.홀든이 갈망하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작품 속에서 단서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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