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8대국회 지역정치권의 과제는] (하)지역에 뿌리 내려야

당선 되면 '서울 줄행랑'…지역 현안 제대로 모른다

18대 총선결과 대구경북에서 27명의 국회의원들이 배출됐다. 이들은 총선 내내 지역발전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들이 4년 임기 동안 과연 대구경북 발전 공약들을 실천해 낼 수 있을까?

◆이젠 뼈를 묻어라=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은 17명의 한나라당 당선자와 10명의 친박연대와 무소속 당선자로 양분됐다. 한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데다 무늬(출생지)만 지역일 뿐 실제 대구경북과 함께 호흡한 의원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또 재선 이상 당선자들은 대구와 경북 각각 8명으로 10명중 6명꼴로 다시 국회에 입성하지만 이들에 대한 기대 역시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들이 17대 국회의원 재직 기간(4년)을 포함, 지난 5년간 대구경북에서 8조3천여억원(상위 5개 사업기준)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불과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의 국회의원들이 45조7천375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낸 것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대구경북 의원들이 지역에 뼈를 묻어야 할 이유다.

그동안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인식 탓에 선거철만 되면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후보들이 한나라당 간판을 내걸고 출마하기 일쑤였다. 이번 총선에서도 후보등록 며칠 전 급히 주소지를 지역으로 옮기는가 하면 미처 주소를 이전 못해 출마지역에서 투표조차 하지 못해 여론의 지적을 받은 후보도 여럿 있었다. 또 '지역현안'에 대한 기본적인 준비도 없이 방송토론회에 참석했다가 '당선 후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발언으로 방송사고를 낸 벼락공천자가 있는가 하면 투표 며칠 전 뒤늦게 '친박'바람을 타고 버젓이 당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있었다.

이처럼 준비 안 된 당선자들이 지연현안을 속속들이 알고 챙길 리는 만무하다. 지역총선에 출마했다 3번째 고배를 마신 한 후보는 "지역현안은커녕 지리도 잘 모르는 사람이 몇십년 만에 공천장 달랑 한장 들고 내려와 당선 후 곧바로 서울행 KTX에 몸을 싣는 상황에서 어떻게 지역현안을 챙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진정한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을 잘 알고 사랑하는 '뿌리 깊은' 지역출신 정치인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파트너' 키워라=국회의원들과 역할 분담을 해야 할 지역 인재의 육성도 절실하다. 지역 인재의 핵심은 지방의원이다. 국회의원이 지방현안을 챙기지 못하면 지방의원들이라도 그렇게 해야 하지만 실정은 그렇지 못하다. 국회의원들이 지방의원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공천제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진정한 지역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 대구시 의원은 "국회의원이 지방에 내려오면 '눈도장'을 찍기 위해 달려가야 하고 서울에서 행사가 있으면 바쁜 일정에도 불구, 서울행을 강행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이 당 공천권을 쥐고 있는 현실에서 '지역의 일'보다 '공천'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모 국회의원조차 "정당공천제로 인해 지역발전이 뒷걸음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며 "지방의원들의 유급제 등으로 유능한 정치지망생들이 지역정치계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지방의원, 기초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한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방안을 고려할 시점이다"고 밝혔다.

◆서울 파트너도 귀하신 몸=지역과 중앙 간 인적 네트워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부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관·재계의 지역 출신 인재들의 역할도 절실하다. 실제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들은 중앙부처의 실·국장 중 대구경북 출신과의 인적네트워크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각종 지역 현안사업 추진에 애를 먹고 있다. 동향 출신 정부부처 국장급들을 찾아 해당 부처의 추진사업에 대한 정보를 미리 얻어 수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타 지역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 자기부상열차사업과 로봇랜드 사업 등 최근 대구시가 추진하다 실패한 사업들은 이러한 네트워크를 확보하거나 활용하는 데 둔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김연수 대구시 기획관리실장은 "중앙에서 열리는 고향모임을 단순히 소식을 듣는 자리로 여기지 말고 정책 형성단계서부터 대구경북이 도움을 받고 활용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직뿐만 아니라 경제계, 학계, 정계 모두가 참여하는 입체적이고 유기적 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이를 대구경북차원에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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