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값 인터넷 공개 첫날부터 '삐걱'

정유사 폭리 눈감고 소매업자만 닦달…주유소 정보 시스템 접속 폭주 '다

15일 오전 9시 정부가 주유소별 가격을 공개하겠다며 개통한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www.opinet.co.kr)'이 처음부터 다운됐다.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시스템 접속조차 되지 않았고, 메인 화면이 뜨는 데만 20여분 이상 걸렸다. 회사원 안상준(29·대구 중구 남산동)씨는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접속조차 되지 않으면 무슨 정보를 어떻게 얻으란 말이냐"며 "정부의 기름 관련 정책은 모두 엉터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식경제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첫날부터 삐걱대는 모습에서 정부 유가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전국 9천여개 주유소의 가격공개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주유소나 대리점끼리 유류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유가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기름값 하락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유가 안정책 효과 있을까

지식경제부가 전국 9천개 주유소의 기름값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문을 연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에는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이동 경로에 있는 주유소의 가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지식경제부 성시헌 석유산업과장은 "소비자들이 가격이 싼 주유소로 몰리다 보면 가격 거품도 제거되지 않겠느냐"며 "가격 공개를 않고 있는 3천여개 주유소에 대해서도 강제해 참여율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판매가격 보고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오는 10월부터 주유소 간, 대리점 간 석유제품을 서로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수평 판매를 허용한 점도 정부가 내놓은 유가 안정책. 이 경우 특정 정유사의 상표를 붙이지 않는 '무폴주유소'는 가격이 싼 정유사의 제품을 원하는 대로 공급받을 수 있어 주유소들이 상대적으로 싼 가격의 정유사 제품을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의도다. 정부는 "주유소 간 가격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주유소 업체 관계자는 "특정 브랜드 기름을 선호하는 운전자가 많고, 정유사들이 손놓고 지켜볼 리 없다"며 실효성 없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했다.

◆시민, 주유업계 모두 냉담

정부의 유가정책에 대해 업계나 시민들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근본적으로 정유사들의 폭리는 감시하지 못하면서 소매업자들만 닦달한다는 것이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 측은 "주유소 마진 폭이 100원 미만인데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인터넷 고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대구 동구에서 주유소를 운영중인 박모(57)씨는 "정유사에서 비싸게 공급하는데 낮출 방법이 없다"며 "이렇게 자꾸 경쟁으로 내몰면 결국에는 대형 주유소만 살아남아 기름값을 좌지우지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운전자 허경규(62·남구 봉덕동)씨는 "기름값 싼 곳은 대부분 시외 지역에 있는데 굳이 기름을 넣기 위해 먼 곳까지 갈 수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는 실질적으로 기름값을 내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10일 단행된 유류세 10% 인하 정책도 유가상승에 따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장애와 관련, "예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면서 시스템이 과부하에 걸린 것 같다"며 "빠른 시간 내에 복구하겠다"고 해명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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