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기관의 실수 때문에 10억원을 투자해 놓고도 영업을 못하다니 말이 됩니까."
정동석(45·대구 달성군 현풍면)씨는 한달 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종합정비공장을 운영하려던 정씨는 군청의 행정처리만 믿고 빚까지 내 10억원이 넘는 시설투자를 했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군청으로부터 자동차관리사업 신청이 최종 반려돼 개점휴업 상태로 공장만 지키고 있다. 정씨는 "군청의 말만 믿고 땅 사고 건물 짓고 기계 들여놓고 직원까지 채용했는데 이제와서 안 되겠다고 발뺌하면 어떻게 보상을 받느냐"고 하소연했다.
정씨의 답답한 사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동차 정비기사로 20년간 일해 온 정씨는 '평생의 꿈'인 정비공장을 짓기 위해 달성군 현풍면 대리의 논 1천914㎡(600여평)를 2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군청에 서면 질의해보니 이 땅은 도시계획상 '자연녹지'로 돼 있어 정비공장을 짓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던 것. 하지만 군청에서는 뒤늦게 "담당 직원의 착오였다. 정비공장을 지을 수 없는 '농업보호구역'이다"고 알려와 쓸모없는 땅이 됐다.
정씨가 거세게 항의하자 달성군은 다시 "행정착오로 벌어진 일이니 차량 도색 시설 규모를 5㎥ 이하로 축소하면 환경관련법에 저촉되지 않으니 허가를 해주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공수표'였다. 모든 시설을 갖춘 뒤 허가를 요청했지만 담당직원은 "정비공장은 적어도 5㎥가 넘는 규모의 도장시설을 갖춰야 하나 정씨의 공장터는 농업보호구역이어서 오염시설인 도장시설을 설치할 수 없으므로 사업 허가가 불가능하다"고 말을 뒤집었다.
달성군은 "직원들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규정에 맞지 않는 허가는 내 줄 수 없다"며 "대구시와 달성군 농업기술센터에 정씨의 땅을 농업보호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는지 질의해 놓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정씨는 "처음부터 안 된다고 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며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행정 때문에 시간과 돈만 날리게 됐다"고 허탈해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