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은 이미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공단 업그레이드'에 돌입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은 공단을 친환경적으로 꾸미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현청소재지가 나고야(名古屋)인 일본 아이치현(愛知縣)은 대구와 흡사하다. 도쿄, 오사카의 동서 2대 도시권 중간에 있는 일본 제3의 대도시권인데다 자동차공업을 주축으로 하는 각종 기계공업이 발달했고 섬유산업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아이치현에 위치한 이치노미야(一宮) 염색공단은 주민들과 더불어 공존하고 있으며, 도요타(豊田)에 있는 도요타자동차 주변 공단은 친환경공단으로 조성돼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치노미야 염색공단
나고야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떨어진 이치노미야시는 대구처럼 섬유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 온 섬유도시다. '재팬 텍스타일 콘테스트' 등 섬유관련 행사를 열고 있으며, 섬유 관련 대규모 공장의 재개발도 최근 수십년 동안에 걸쳐 추진되고 있다.
섬유업체 62개가 모여있는 이곳도 대구염색공단처럼 진통을 심하게 겪었다. 악취가 심해 공단 주변에 주택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염색공장에서 배출하는 공장폐수를 처리하는 특정공공하수도관리사무소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돌파구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공업용 폐수처리장 10곳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나고야의 유명한 돔구장처럼 폐수처리장에 뚜꼉을 씌웠다. 자연스럽게 악취발생은 사라졌고 미관은 수려해졌다. 주변에는 주택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지금은 주택가 속 공단으로 거듭났다.
주변 염색공장에서 유입되는 폐수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은 240ppm. 이곳 폐수처리장을 통과해 나오는 물의 BOD는 4~6ppm으로 아주 맑다.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의 수질이라고 한다.
히사다 히로미(久田廣己) 소장은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정도로 깨끗하지만 용기가 없어서 직접 마셔보지는 않았다"면서 "그냥 배출시켜도 문제없지만 환경을 생각해서 한번 더 멸균처리 과정을 거쳐서 배출시킨다"고 말했다.
염색폐수를 처리하고 발생하는 찌꺼기인 슬러지도 골칫거리였지만 말끔히 해결됐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하루 평균 슬러지는 50t. 공단은 지난해 최신식 소각로를 준공했다. 최신식 소각로의 최고 온도가 850℃에 달해 슬러지를 연소시키면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완전히 사라진단다. 이 소각로 맞은편에 주택가가 있지만 악취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소각로를 설치하기 전에는 악취가 심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염색공단은 또한 주민들과 간담회를 꾸준히 가지고 있다. 수년전부터 주민들과 환경단체를 모아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주택가 주변에 위치했기 때문에 당연한 조치라는 것. 또 하수도처리장 주변 조경도 신경써서 주민들에게 친밀한 공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공장폐수도 줄고 있기 때문에 염색폐수 외에도 가정생활폐수도 함께 처리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환경관련시설을 설치할 경우 업체는 1/4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하는 등 친환경적인 공단만들기에 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히사다 히로미 소장은 "폐수처리장의 시설이 노후화됐기 때문에 설비 교체를 서두르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공존할 수 있는 공단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 주변 공단
나고야 외곽 아이치현 도요타시에 자리잡은 도요타자동차. 전세계에서 이곳을 찾는 인원은 한해 무려 150만명으로 나고야성과 함께 나고야의 명물이 됐다. 인구는 41만명에 불과하지만 지난 2005년 제조품 출하액은 11조433억엔으로 일본에서 1위를 기록했다.
끊임없는 가치혁신이 도요타의 비결이다.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 많은 기업들이 도요타의 생산방식을 배우고 있다. 도요타의 생산성을 높이는 비결 가운데 하나는 바로 주변 환경개선이다.
도요타자동차 주변 공단에 들어서면 공원안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한국 공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로변 불법 주정차는 찾기 힘들고 공장 안에 주차장이 잘 갖춰져 있다. 또 공장 안에는 벚나무 등 조경수가 즐비하게 심어져 있다. 공단인지 공원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도요타자동차 본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부품공장인 상에이공장. 공장 정문에는 'ISO 9001인증' 마크가 큼직하게 걸려있고 공장 안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다. 벚꽃 사이로 새들이 지저귄다. 한국 공단의 이미지인 '회색'이 아닌 '녹색'이다.
공장 밖 인도와 차도는 완벽하게 분리돼 있다. 인도는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들 배려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가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도시를 조성한 것은 아이러니다. 횡단보도와 차도에는 턱이 없다. 자전거와 장애인이 쉽게 통행할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도로와 인도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근로자들의 안전을 생각했다.
도요타자동차 본사 공장 맞은편에 위치한 도요타자동차 종업원 주차장은 공원처럼 조성돼 있다.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육교를 만들었기 때문에 주차하고 난 뒤 육교를 통해 바로 공장으로 갈 수 있어 편리하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를 위해 지하통로도 설치돼 있고 주차장 밖 인도에는 벤치가 놓여있어 근로자들이 휴식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라 카즈히토(原一仁) 도요타시 산업부 주사는 "도요타에 있는 6개의 공단은 모두 조경에 신경써서 친환경적으로 꾸며져 있다"면서 "제조품출하액이 일본에서 최고를 기록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글·사진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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