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소장

"일을 갑자기 그만두게 돼 잠자리가 마땅찮은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잠자리를, 쉬는 날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겐 함께 책을 읽고 대화 나눌 수 있는 공간인 쉼터 및 도서실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의 밤을 열게 됐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이하 경산센터)가 문을 연 지 1주년을 맞아 '이주노동자 쉼터 및 도서실 마련을 위한 후원의 밤'(19일 오후 4시∼오후 11시 30분, 대구월드컵경기장 컨벤션 웨딩홀) 준비로 바쁜 김헌주(47) 소장.

경산센터에는 피부색과 언어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이 한달 평균 200명가량 찾는다. 이들은 일 때문에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이곳에 모인다. 이 센터에서는 수성구 의사회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자원봉사 의사들이 이주노동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무료진료소를 운영한다. 또 언어소통을 돕기 위한 한글교실, 임금체불과 산업재해 등과 관련된 노동상담도 해 준다.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매주 일요일마다 경산센터를 찾는 것을 보면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김소장은 "경산센터가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공단지역 등 곳곳에 포스터 8천여장을 붙인 덕분에 맹장염에 걸려 숨질 뻔했던 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가 무료진료소를 찾아 의사들의 도움으로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생명을 구한 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왔던 중국인 장정파(31)씨가 가스폭발사고로 온몸에 화상을 입고 입원했을 때 매일신문 이웃사랑에 소개돼 수많은 시민들이 성금을 보내오고 병원에서 3천100만원의 병원비를 갂아 줘 재기를 하려는 일, 베트남 신부 란씨 사망사건과 관련한 대책위를 구성해 철저한 수사와 인신매매성 결혼에 가까운 결혼정보업체에 대한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한 일은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어려움도 많다. 일반 기업체로부터는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어서 김 소장은 1년 전부터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갈 수 있는 대리운전 기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민주노총과 한국가스공사 매칭 그랜트(회사의 임직원들이 봉사활동 및 공익사업을 위해서 기부금을 낼 경우 회사가 같은 금액의 후원금을 내는 제도), 자원봉사하는 의사들, 대학생 10여명, 상담과 차량 봉사자 각 5명 등 35∼4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크다고 강조한다. "도움을 받았던 이주노동자들이 보답 차원에서 어려움에 처한 또 다른 노동자들을 위해 이곳에 나와 일 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소장으로서 일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입니다."

그는 언제까지나 이주 노동자들이 한국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무료진료소, 한글교실, 상담 등 지원사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이주노동자 스스로 권리를 찾고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문의 011-328-4180.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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