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혁신도시 보완하되 균형발전 훼손 말아야

이명박 정부의 국토 정책이 이상하다. 수도권에 대해선 규제를 풀어주는 쪽으로 태도를 反轉(반전)시키면서 非首都圈(비수도권)을 위한 균형발전정책은 되레 후퇴시킬 태세다. 그동안 조금씩 분위기를 띄우다가 어제 드디어 속셈을 드러낸 비수도권 혁신도시 재검토 계획이 그 단적인 징후이다. 같은 날 국토연구원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세계화 시대에 맞지 않는 잘못된 것"이라는 요지의 논리를 내놓으면서 한발 더 나가기까지 했다.

물론 앞선 정부의 정책들에도 부실한 점은 있을 수 있다. 혁신도시만 해도, "作爲的(작위적) 공공기관 재배치가 과연 시장 논리를 설득하고 서울 중심주의자들을 공감시켜 지속성을 획득할 수 있을까" 하고 비수도권에 사는 우리부터가 걱정했던 바다. 하지만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릴 수 있는 큰 국토 사업들이 이렇게 지속성 없이 휘딱휘딱 뒤집어져서야 어떻게 나라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더 걱정스럽다. 이게 쉽게 허용된다면 5년 후에 들어설 또 다른 정부인들 이명박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1970년대 이후 20여 개의 법률과 5차례에 걸친 국토계획을 통해 지향돼 온 국토균형발전을, 임기래야 기껏 5년에 불과한 새 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근본부터 부정하겠다고 나선다면 더 황당할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는 경제논리로는 파악될 수 없는 보다 큰 가치를 지향한 정책이다. 부실한 점이 있다면 보완하되, 40여 년간 여러 정권이 추구해 온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근본 취지까지 흔들려 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수도권과 재벌 대기업엔 화기가 돈다지만, 대구 등 비수도권에선 땅값이 오히려 하락하고 아파트 미분양이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이 한탄을 제대로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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