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 세례나 기합은 가라! 우리는 봉사활동이나 도미노 쌓기, 다도를 통해 선후배간의 정을 다진다."
음주로 인한 인명사고까지 일으켜 오명을 썼던 대학가의 신입생 환영식이 확 달라지고 있다. 술잔이 아닌 선후배간에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활용한 환영식이 크게 늘고 있는 것.
대구가톨릭대(총장 서경돈) 캠퍼스 곳곳에는 최근 종전에 볼 수 없는 현수막과 대자보들이 걸려 주목을 끌고 있다. '신입생 대면식, 술잔 아닌 마음으로' '설레는 대학생활, 대면식은 싫어요~' 등 신입생 환영식을 건전하게 갖자는 플래카드와 대자보들이다. 대학소식을 전하는 대학신문 1면에도 '건전한 대면식은 단합과 화합을 목적으로 한 참된 대학문화의 하나입니다'란 제목의 큼지막한 광고가 실리기도 했다.
과도한 술잔 돌리기와 군대식 기합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신입생 환영식 문화를 고치기 위해 대구가톨릭대는 올해부터 대대적인 캠페인에 들어갔다. 학교 차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학생자치단체들은 선후배들이 건전하게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갖는 등 올바른 대학문화 정립을 위한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추세다. 특히 선후배간 정을 나눌 수 있으면서도 대학생들의 재치가 느껴지는 이색적인 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서관학과 학생회는 이번 신입생 환영회 행사 테마를 '동행(同行)'으로 정했다. 복지시설에서 선후배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하며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자는 것. 신입생과 재학생 각각 40명씩은 지난 달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언론광고학부 학생회는 신입생 108명을 포함, 재학생 300여명 모두가 참석하는 환영식을 5일 가졌다. 학과 교수들은 물론 졸업한 동문들까지 초대했으며, 행사 시작 전에 폭력적이고 불건전한 대면식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서문을 낭독했다. 이어 한마음 체육대회, 도미노 쌓기 대회, 선후배간 속마음을 나누는 '자유발언대' 등 서로의 정을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일회성의 만남이 아닌 선후배간 지속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아동학과 학생회는 신입생을 포함해 모든 학년을 9개의 그룹으로 나눠'튜터링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그룹별로 의형제를 맺어 1년 내내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면서 선후배간 정을 쌓으려는 취지. 학생회는 매달 1회 그룹별로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그 출발점으로 지난달 29일 다도(茶道) 강사를 초청, 전통차를 나누며 친목을 다졌다.
이밖에도 각 단과대학별로 골든벨 대회, 프리허그 운동, 산행대회, 장기자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신입생들과 선배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 캠퍼스에 선후배간 정이 넘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김영모(22) 언론광고학부 학생회장은 "선배 중심의 일방적인 강요로 이뤄지는 대면식이 아닌 상호 공감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선배들도 신입생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더 커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황국웅(조경학과 교수) 학생처장도 "신입생 환영식 문화개선을 위한 의식 개혁의 원년으로 삼고 캠페인을 시작한 결과 효과가 매우 크다"며 "술잔 돌리기나 군대식의 기합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 대학의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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